임기 내내 중국 때리기로 일관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을 코 앞에 두고 대중국 공세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중국 3대 통신사에 이어 대표 민간 정보기술(IT) 기업까지 미 증시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전방위 제재에 중국 정부도 강력 반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막판 미중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취임 이후 새 판을 짜야 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국무부와 국방부, 재무부가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투자금지 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반도체의 상징인 SMIC(中芯國際ㆍ중신궈지)와 중국해양석유(CNOOC), 중국국제전자상무중심그룹(CIECC) 등 중국 인민해방군이 소유ㆍ통제하는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데 이어, 민간기업까지 제재 목록에 포함한 셈이다.
만일 두 기업에 대한 투자금지가 확정될 경우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자본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는 현재 뉴욕증시와 홍콩 증시에, 텐센트는 홍콩증시에서 각각 거래 중이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치면 1조3,000억달러(약 1,413조원)에 달한다.
퇴임을 2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압박은 ‘제재 종합 세트’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전날엔 알리바바 자회사 앤트그룹의 전자결제서비스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 등 중국 기업이 개발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8개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과 연계된 앱들이 사용자 정보 등을 장악하는 등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 역시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3대 통신사를 증시에서 퇴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NYSE는 지난달 31일 상장폐지 계획을 내놨다가 4일 돌연 방침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틀 만에 또 다시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NYSE의 오락가락 행보 배경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 언론은 연이은 대중 강공 드라이브에 트럼프 대통령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무역전쟁을 통한 경제 부흥’과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가 함부로 바꿀 수 없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본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대중국 정책을 재조정하고 싶어하는 바이든 당선인의 손을 묶기 위한 마지막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막바지 대중 공세에 중국 당국도 연일 보복을 천명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중국 외교부 대변인 이날 “비합리적으로 외국기업을 핍박하는 패권주의적 행태”라며 미 행정부를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