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이끄는 미국 민주당이 극적으로 ‘블루 웨이브’(민주당 석권)를 완성했다. 조지아주(州) 연방 상원의원 선거 결선투표에 걸린 2석을 독식하면서다. 백악관과 의회를 집권당이 장악했다는 건 안정된 국정 운영 토대가 마련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헛발질로 빚어진 공화당 내분 덕을 크게 본 데다 상원 양당 의석 수가 같은 만큼 민주당의 일방통행은 쉽지 않다. 결국 바이든호(號) 출범 초 성패는 협치(協治)를 얼마나 복원할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은 전날 조지아주에서 치러진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민주당 후보인 라파엘 워녹과 존 오소프가 공화당 현직들을 이겼다고 보도했다. 개표율 99% 기준으로 워녹 후보는 득표율 50.8%를 기록, 켈리 뢰플러 의원(49.2%)을 1.6%포인트 앞섰고, 오소프 후보는 50.4%를 득표해 데이비드 퍼듀 의원(49.6%)을 0.8%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목사 출신인 워녹 후보는 조지아에서 흑인 최초로 상원에 입성하는 역사를 쓰게 됐고, 33세인 워소프 후보는 1973년 29세 나이로 상원에 입성했던 바이든 당선 이후 최연소 상원의원이 된다.
이대로 선거 결과가 확정되면 상원 양당 의석 수는 50석씩으로 같아진다. 그러나 사실상 상원을 주도하는 당은 민주당이다. 당연직 상원의장인 부통령이 ‘캐스팅보트’(가부 동수 시 결정권)를 행사하기 때문이다.
미 상원은 입법은 물론 공직자 인준 권한을 갖고 있다. 행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거부권도 보유한다. 법안 상정ㆍ의결, 예산 심의, 탄핵 심판, 조약 비준과 고위 공직자 임명 동의 등이 상원이 하는 일이다. 공화당이 민주당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시도를 막아내고 보수 성향인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인준을 강행할 수 있었던 것도, ‘민주당 하원’을 통과한 각종 법안을 번번이 좌초시킬 수 있었던 것도 상원 다수당에 주어지는 힘 덕분이었다.
민주당인 백악관과 상ㆍ하원을 모두 접수한 건 제1차 버락 오바마 행정부 전반기(2009~2010년) 이후 처음이다. 모양새로는 집권 초기 강력한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실제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두 후보의 승리를 축하하는 성명에서 “조지아 유권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책, 경기 부양책 등 위기에 대한 즉각 대응 조치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며 “지난달 의회를 통과한 코로나19 경기 부양책은 일종의 착수금”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인 고강도 경기 부양 방안 추진 의향을 시사한 것이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성명에서 경기 부양안을 최우선 과제로 다루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바이든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확대, ‘그린 뉴딜’ 정책, 증세 등을 위한 추진력이 생긴다. 행정부 구성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나 판사 등의 상원 인준에는 5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상원은 장관급 각료를 비롯한 400여명의 행정부 인사를 대상으로 인사청문 절차를 진행한다.
그러나 한계가 없는 게 아니다. 일단 조지아 승리는 어부지리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자충수가 민주당을 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마크 티센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 대선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공화당 지지자들의 투표 열의를 꺾었다”고 지적했다. “조지아주 공화당원 상당수가 트럼프 대통령이 퍼뜨린 음모론을 믿고 투표소에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러 투표율을 떨어뜨리려 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한다. 조지아주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승리했다면 조지아 대선이 조작된 게 아니라 정말 자기가 졌다는 사실이 증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철저히 이기적인 인물이라는 주장이고, 이는 이번 승리가 민주당 자력에 의한 쾌거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여전히 공화당과 의석 수가 같다는 사실도 민주당에게는 부담이다. ‘필리버스터’의 존재가 특히 그렇다. 하원과 달리 상원의 경우 합법적 의사 진행 지연 수단인 필리버스터를 허용한다. 방해를 차단하고 표결에 들어가려면 60명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미 CNBC방송은 상원 전통을 옹호하는 바이든 당선인이 필리버스터 폐지를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때문에 공화당 온건파를 민주당 쪽으로 끌어들이는 게 바이든 당선인에게 현실적인 타협책이 될 수 있다. 실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공화당 온건파의 지지를 끌어내는 전략을 취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인수위가 양당에서 온건파 상원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정책 의제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당선인 참모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결국 바이든 당선인의 정치력이 관건이다. 상원의원(36년)ㆍ부통령(8년) 44년의 워싱턴 경력과 특유의 친화력은 공화당의 협조를 얻어내는 데 유리한 조건이다. 상원에서 공화당을 이끌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와의 인연도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