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더블 백신’ 시대에 돌입한 유럽연합(EU) 내부에서 더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상황을 놓고 비난전이 시작됐다. 화이자ㆍ바이오엔테크에 이어 모더나 백신의 조건부 승인으로 인한 기대감보다 미국과 영국에 비해 느린 접종 속도를 더 문제 삼는 분위기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이날 자국 안에서 백신 접종 속도를 두고 ‘비난 게임’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독일은 현재 3만5,000명 가량이 1차 접종을 마쳤다. 접종 개시를 빨리 한 영국(12월 8일)과 미국(12월 14일)에서 각각 100만명, 530만명 이상이 투여를 끝낸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적은 수다. 게다가 확보한 백신 물량마저 더디게 풀리자 불만이 폭증했다. 독일 일간 빌트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EU 회원국과 통일된 백신 접종 시작을 고집해 접종이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옌스 슈판 보건장관 책임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나마 독일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독일과 함께 백신 접종을 시작한 프랑스는 첫 주 접종자 수가 겨우 500명에 그쳤다. 즉각 관료주의를 성토하는 내부 비난이 빗발쳤다. 또 네덜란드 정부는 EU가 화이자 백신 조건부 승인을 한 지 11일 만인 6일에야 접종을 시작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유럽은 “EU 집행위원회 역시 전반적으로 늦어지는 백신 정책 때문에 비판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백신 구입과 승인, 생산, 배포 등 절차 전반에 속도전을 도모할 수 없는 방해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두 종류의 백신을 승인한 미국도 걱정은 많다. 유럽에 비해 접종 속도는 빠를지 몰라도 감염 확산세가 훨씬 거센 탓이다. 미국은 전날에도 코로나19 사망자가 3,775명 나와 또 최고치를 찍었다. AP통신에 따르면 백신 접종자의 과민증(아나필락시스) 발생 비율도 독감 예방주사보다 4배 정도 높게 나와 고민을 더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을 맞은 530만여명 중 최소 29명이 과민증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100만명 중 5.5명 꼴이다. 다만 과민증을 보여도 사망으로 이어진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을 꾸준히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