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상, 파이프 폭탄, 통행금지령, 군 출동.’
세계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6일(현지시간) 오후 벌어진 일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백명이 의회 의사당 건물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의사당 안팎에선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다. 폭동 진압 경찰과 주방위군이 투입되면서 상황은 진정됐지만 미국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는 개탄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백악관 앞에서 집회를 가진 뒤 이동한 시위대는 의사당 동쪽과 서쪽 문을 통해 진입을 시도했다. 바리케이드를 친 의회경찰이 최루가스를 터뜨리며 막아 섰지만 수천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후 2시 15분 의사당 서쪽 저지선을 돌파한 시위대는 의사당 건물로 들어갔다. 미 CNN이 전한 의사당 내부 장면에서는 시위대가 휴대폰을 들어 내부를 촬영하고 트럼프 대통령 이름이 적힌 깃발, 성조기, 노예제 옹호의 상징인 남부연합기를 흔들기도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시위대는 상원 회의장을 잠그려 했다”며 “한 여성은 ‘의회를 체포하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특히 시위대 중 최소 12명 이상이 총기를 소지했고, 방망이 등을 들고 와 유리창과 문 잠금장치를 깨려는 시위대도 있었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하원회의장에서는 의회경찰이 큰 책상 등으로 문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총을 겨누는 긴박한 장면도 연출됐다. 또 일부 시위대가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실에 들어가 그의 사진을 떼고, 기물을 뒤집기도 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또 의사당 사무실에 있는 도자기에 담뱃재를 터는 시위대도 목격됐다.
대선 결과 확정을 위한 상ㆍ하원 합동회의를 진행하던 의원들은 시위대 난입 후 긴급히 대피했다. 상원의장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하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피해야 했다.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은 “오늘 이 반란 사태는 대통령이 일으킨 일”이라고 비판했다.
시위대 중 1명이 의회 내에서 총을 맞아 후송됐고, 시위대를 막던 경찰들도 부상을 입었다. 워싱턴 경찰서장은 “시위대 총상을 확인했고,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의사당 인근 공화당과 민주당 전국위원회 건물 인근에서 폭탄이 발견되기도 했다. 공화당 건물에서는 파이프 폭탄 형태 폭발물이 발견돼 해체됐다.
난입 상황은 오후 4시 넘어 워싱턴은 물론 인근 버지니아·메릴랜드주(州) 경찰까지 출동하면서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의사당 건물 내에서 시위대를 체포하고 쫓아냈고, 의사당 계단의 시위대도 해산해 백악관 인근 내셔널몰 쪽으로 몰아갔다.
군도 출동했다. 워싱턴 DC 주방위군이 일단 나섰고, 미 국방부는 필요한 경우 추가로 병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시장은 이날 오후 6시부터 7일 오전 6시까지 워싱턴 시내에 통행금지령을 발동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는 경찰과 대치하며 해산을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