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 수백명이 6일(현지시간) 워싱턴 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 여성이 의사당 내부에서 가슴에 총을 맞아 사망했고, 의사당 근처에서 폭탄이 발견되기도 했다. 백악관은 주방위군과 연방경찰을 의회에 파견해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확정하기 위해 오후 1시부터 진행 중이던 의회 상ㆍ하원 합동회의도 중단됐고,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확정도 지연되고 있다.
이날 오전부터 워싱턴 백악관 인근에서 시위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수천여명은 거리 행진 뒤 오후 1시 합동회의 개최 시간에 맞춰 의사당 근처에 집결했다. 오후 2시쯤 이 가운데 일부 지지자들이 의회경찰 저지선을 뚫고 의사당 건물 계단에 올라갔고, 이 중 일부는 의사당 내부로 진입했다. 의회경찰이 최루가스를 쏘며 저지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회의 중이던 의원들이 대피하고 의사당 건물이 봉쇄되면서 미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의회가 한순간에 무법천지가 됐다.
오후 2시 20분쯤 의사당에 들어간 시위대는 상원 회의장에 들어가 상원의장석을 점거하고 “우리가 이겼다”고 소리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물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의회 지도부와 의원, 의회 직원, 취재기자들도 대피해야 했다.
미 CNN은 이 과정에서 한 여성이 의사당 구내에서 총을 맞았다고 전했고, AP통신은 의사당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과 대혼란이 빚어지는 와중에 1명이 총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해당 여성은 수 시간만에 결국 숨졌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오후 2시 30분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시장이 이날 오후 6시부터 7일 오전 6시까지 워싱턴 시내에 전격적인 통행 금지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사당 진입 전에는 시위대 지지연설에 나서 대선 불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당 진입이 시작된 시점에도 대선 결과 승인 합동회의를 진행하는 펜스 부통령을 비난했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하자 “의사당에 있는 모두가 평화를 유지하기를 요청한다. 폭력은 안 된다. 우리는 ‘법 집행’의 당”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바이든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전례 없는 공격을 받고 있다”며 “시위가 아니라 반란 사태”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백악관은 의사당 사태에 주방위군을 투입하기로 하고 시위대에 해산을 촉구했고, 펜스 부통령도 “최대한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의사당 난입 전 미 의회는 이날 오후 상원의장인 펜스 부통령 주재로 합동회의를 열어 주별 선거인단 개표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취합한 뒤, 당선인을 확정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일부 공화당 의원이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이의를 제기하고 민주당 의원들이 반박하는 등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3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누르고 선거인단 306명을 확보, 46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난달 14일 각 주별로 선거인단 투표도 진행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와 개표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며 소송 등을 제기했고, 선거 결과에 불복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