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상자위대 수뇌부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조카가 참석한 망년회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방위성은 지난달 22일 야마무라 히로시(山村浩) 해상막료장과 니시 나루토(西成人) 막료부(副)장 등 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달 16일 도쿄도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 간부의 송별회에 참석했는데, 참석자 18명 중 8명이 감염됐다.
6일 주간지 '슈칸분슌' 보도에 따르면, 방위성 관계자는 "군사조직은 위기 관리 차원에서 수장과 2인자가 동시에 자리를 비우는 사태를 절대적으로 막아야 한다"며 "코로나 시기에 두 사람의 동석을 피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이들이 참석한 송별회가 열린 것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국민들에게 '4인 이하 회식'을 권고해 놓고 자신은 8인 회식에 참석한 것이 드러나 공개 사과한 직후였다.
해상자위대 수뇌부가 참석한 송별회가 열린 날 같은 호텔에서는 육상ㆍ해상ㆍ항공 자위대 막료장을 보좌하는 부관 3명이 참석한 별도의 망년회도 있었다. 이 자리에는 이들 3명 외에 통합막료장(한국의 합참의장) 부관,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장관 부관인 기시 노부치요(岸信千世) 비서관이 동석했다. 기시 비서관은 기시 장관의 장남으로 아베 전 총리의 조카다.
기시 장관은 지난해 9월 출범한 스가 내각에서 방위장관으로 첫 입각했다. 그의 아들인 기시 비서관은 후지TV 기자로 활동하다 지난해 가을 퇴사해 아버지의 비서관으로 채용됐다. 의원직 세습이 흔한 일본 정가에서는 그가 향후 부친의 지역구인 야마구치 2구 또는 자녀가 없는 아베 전 총리의 지역구인 야마구치 4구를 물려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방위성 관계자는 "(기시 비서관은) 혈연상 장래 최고지휘관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라며 "그가 참석하는 망년회라면 부관들 입장에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시 비서관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지만, 육상·해상·항공 자위대 막료장 부관 3명은 모두 양성 판정이 나왔다. 문제는 이들 3명은 막료장들을 항시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이들이라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야마무라 해상막료장이 기시 비서관과의 망년회에 참석한 부관을 통해 감염되면서 해상자위대 내에 감염이 더욱 확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