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헬스장, 필라테스, 실내 골프장 등 실내체육시설 업주들의 거센 반발에도 오는 17일까지 집합금지 조치를 유지키로 했다. 돌봄 기능을 하는 9명 이하 수업은 전부 허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주로 성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업종에서는 사실상 해당 사항이 없다. 업주들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정부는 세부적인 방역지침 조정안을 만든 다음에야 금지 조처를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에 따른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이라 지금과 같은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방식의 방역지침은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브리핑에서 "(돌봄 기능을 수행하는) 해동검도장, 줄넘기교실, 축구교실 등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를 수용해 8일부터 모든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학원, 태권도 학원과 동일한 조건으로 교습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실내체육시설 중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습은 동시간대 9명까지 운영이 허용된다. 다만 성인 대상 실내체육시설은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이 종료되는 17일까지 운영금지를 유지한다. 각 부처를 통해 업계의 목소리를 들은 뒤 세부적 개정안을 만든다는 입장이다.
'오픈 시위'를 감행하며 항의해온 헬스장, 필라테스학원 등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퍼스널트레이닝(PT)샵에서 근무하는 팀장은 "숨통을 틔워줬다고 하지만 우리는 20~40대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체감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 전에도 한 타임에 최대 3명만 수강했는데, 매번 헬스장으로 묶여 영업이 제한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 강남구의 플라잉요가학원 강사 이모(39)씨도 "마스크 쓰고 1대 1 수업을 하는데, 왜 문을 못 열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방역지침이 엉망진창"이라 말했다. 서울 노원구의 헬스장 트레이너 김모(28)씨도 "헬스장에 아동과 청소년이 얼마나 되겠냐"고 되물었다.
방역지침을 둘러싼 논란은 정부가 디테일을 무시한 채 한 업종 전체를 한데 묶어 적용하는 '업종별 지침'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업종은 물론, 같은 업종 내에서도 시설별 특성과 차이가 모두 다른데, 일률적으로 적용해 반발을 키웠다는 얘기다. 헬스장의 경우 동시간 입장 인원을 제한하고 샤워실 운영을 금지하되 근력 운동만 허용하는 경우 바이러스 전파 위험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태권도 학원은 9명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헬스장이나 필라테스는 1대 1 교습도 안된다"며 "비말 감염 위험이 높은 뛰는 운동 말고 근육 운동을 하는 것은 허용하는 방향으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실내체육시설도 줌바댄스, 에어로빅 이런 종류가 위험하지 마스크 쓰고 근력 운동, 요가, 스트레칭 하는 것은 감염 위험이 낮다"고 말했다.
교습소·학원의 동시간대 인원을 9명으로 일괄되게 적용한 것도 마찬가지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개별 연습실이 있는 피아노 학원은 10명이든 20명이든 상관 없다"며 "같은 업종이라도 지하·지상, 창문 여부 등 시설도 천차만별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업종별로 방역지침을 결정하니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학원 교습을 동시간대 9명으로 정한 근거는 실제로 '방역상 이유'가 아니라 '시설상 기준'에 따른 것이다. 시도교육청에서 교습소를 허가할 때 동시간대 지도 가능한 수강생을 최대 9명으로 정하고 있어 이를 그대로 방역지침에 옮긴 것이다.
정부는 자영업자의 반발이 거세지자 17일 이후에는 집합금지, 영업제한 시설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고려 중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각 부처가 단체나 협회를 중심으로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중수본과 중대본도 이를 반영한 방역수칙을 만들어 17일 이후에는 가급적 운영이 허용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