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골프장도 "영업을 허하라"... '진퇴양난' 빠진 방역지침

입력
2021.01.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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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헬스장 등 방역조치 보완책 마련하겠다"


정부가 헬스장을 비롯한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방역조치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방역을 위한 집합금지 기준을 두고 헬스장, 카페 등 자영업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안 해주느냐', '목소리 키우면 해주고 아니면 놔두느냐'라는 논란은 끝이 없어서 정부가 진퇴양난에 빠진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장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모호한 기준을 만들어 논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정부 "방역조치 보완책 마련하겠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6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지난 월요일부터 적용되고 있는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방역기준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있다”며 "정부가 고심 끝에 정한 기준이지만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면 보완해야 한다"고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곧이어 "헬스장 방역 조치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한 번 더 살펴볼 것”이라면서 “좀 더 보완해야 할 사항이나 형평성과 관련된 부분, 또 현장에서 나온 문제 제기 등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포함해 해당 부처와 논의를 거쳐 안내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앞서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 조치를 17일까지 2주 연장하면서 일부 시설에 대해서만 영업제한 조치를 풀어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2.5단계가 적용 중인 수도권의 경우 헬스장 등 실내체육시설의 운영은 계속 금지한 반면, 태권도·발레 등 학원으로 등록된 소규모 체육시설은 '동시간 교습 인원 9명 이하'를 조건으로 영업을 허용했다. 돌봄을 감안한 조치란 설명에도 헬스장 업주들은 방역 조치 불복을 선언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보완책을 찾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되레 자영업자들의 집단 반발은 더 커지고 있다. 전날 헬스장과 필라테스 사업자들이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이날은 부산 시내 곳곳에서 스크린골프장 등 다른 업종 업주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부산 스크린골프장 업주 대표단은 “스크린골프장 등 실내체육시설에 대해 내려진 총 5주간의 영업중지는 사형선고나 다름 없다”면서 “스크린골프장은 방 하나당 최소 40㎡ 크기에 2, 3명이 이용하는데, 이는 거리두기 단계별 이용자 기준 4㎡당 1인 이용 기준을 적용해도 더 안전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처음부터 현장 목소리 듣고 정했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제 와서 지침을 크게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반발이 심하니 일부 조정은 하겠지만 큰 폭으로 바꾸기는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일 것"이라며 "거리두기 2.5단계가 한 달이 넘어가는 상황이라 지원방안을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 자체가 모호하고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태권도장은 9명 이하면 허용한다고 하는데, 왜 그러는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며 "많이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공통적 기준도 없이 규제했다가 반발이 있으니 또 받아주고 하면 다른 업종도 똑같이 반발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도 "차라리 업종별로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보라고 했다면 헬스장의 경우 영업은 해도 샤워실은 안 열겠다거나 하는 식의 업종별로 합리적인 규제가 제시됐을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총리실과 복지부, 질병관리청 중 한 곳에서 중심을 잡고 방역수칙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유환구 기자
송옥진 기자
권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