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의리냐, 美헌법이냐'... 곤혹스러운 펜스

입력
2021.01.06 19:00
트럼프, 선거 결과 뒤집으라 요구
펜스 부통령 "권한 없다" 일단 거부
트럼프 지지자 워싱턴 결집 세몰이

'트럼프와 의리를 따를 것인가, 헌법을 따를 것인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기로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펜스 부통령에게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고 최후 통첩을 날렸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각 주(州)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확정하는 상ㆍ하원 합동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위터에 “부통령은 부정하게 선택된 선거인단을 거부할 권한이 있다”는 글을 올렸다. 당연직 상원의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하는 펜스 부통령에게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지 말라고 대놓고 요구한 것이다. 앞서 상원의원 결선투표를 앞둔 조지아주 유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가 우리를 위해 해내길 바란다. 그가 해내지 않으면 나는 그렇게 그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따른다고 해도 차기 대통령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면 상원과 하원이 모두 동의해야 하는데,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조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당선 인증을 반대할 리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펜스 부통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주들의 의견을 듣고 투표 인증을 거부하는 것이다. 미 언론은 애리조나(선거인단 11명), 조지아(16명), 펜실베이니아(20명), 미시건(16명), 네바다(6명), 위스콘신(10명) 등 최대 6개 주가 대선 결과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토론을 거쳐 이들 주의 이의제기가 모두 받아들여진다면,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인단 79명을 잃어 당선권인 270석에 못 미치게 된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극히 낮다. 다수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대선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지 않는다. 밋 롬니 상원의원 등 공화당 의원 4명을 포함한 초당파 상원의원 10명은 최근 공동성명을 내고 “2020년 선거는 끝났다”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일간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펜스 부통령은 일단 전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자신에겐 그럴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이 회의에서 부통령은 각 주에서 제출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낭독하고 당선인의 최종 승리를 선언하는 의례적 역할만 해 온 탓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가짜 뉴스”라고 반박하며 바이든의 축하 잔치를 난장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지지층 집회에 참석해 연설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지금 워싱턴에는 그의 열성 지지자들이 항의 시위를 위해 속속 모여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이번 대선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사기극이었다”며 “1월 6일 워싱턴에서 만나자”고 세몰이를 촉구했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