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6일(현지시간) 한국 선박 억류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며 향후 최종건 외교 1차관의 현지 방문을 놓고 "외교적 방문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선박 나포와 한국 외교차관의 방문 일정이 관련 없다고 못박은 것이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낸 논평에서 “최 1차관의 방문은 예정됐던 것으로 한국 국적 화학물질 운반선 억류와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법기관에서 법적 절차를 통해 진행할 사안이지 외교 협상 쟁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 정부의 별도 방문 일정 역시 협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한국 선박 억류가 ‘해양 환경 규제 위반’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선박 문제는 완전히 기술적 사안으로 이란은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해양 환경 보존에 민감하다"면서 "이와 관련 한국 정부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기술적 문제를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게 다룰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란 측 주장과 달리 이번 선박 억류는 한국 은행들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약 7조8,000억원)을 받아내기 위한 협상 카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양국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 비용을 명목으로 일부 동결 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었다. 앞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단행한 대(對)이란 경제제재 복원으로 한국 내 이란 정부 계좌도 동결된 상태다.
우리 외교부에 따르면 최 차관은 10일 2박3일 일정으로 이란에 찾을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반장으로 한 실무 대표단도 억류된 한국 선박과 선원들의 조기 석방을 위해 6일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최정예 혁명수비대(IGRC)는 4일 오전 걸프 해역 호르무즈해협에서 “해양 환경 규제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는 이유로 한국 국적의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