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새해 '결심상품'도 변화..."집에서 공부나 하련다" 대세

입력
2021.01.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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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 1월 결심상품 특수 기간
자격증 시험 등 '집콕 공부' 흐름 강해
근거리 쇼핑창구 편의점에선 신년 분위기 실종


1월을 유통업계에선 '결심 상품' 시즌으로 부른다. 새해 목표를 다잡고 이를 실천하는 데 필요한 물품 구매가 늘어 공을 들이는 기간 중 하나다. 직전인 연말까지 판매 현황과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사를 면밀히 분석해 새해맞이 기획전도 연다.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사람들의 결심이 예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공부, 운동 등에 쓰려는 자기 계발 수요가 두드러지면서 간단한 준비물이나 기본 용품 수준에서 더 나아가 전문적인 기기와 콘텐츠까지 찾고 있다.

집의 독서실화…칸막이 책상 매출 7배↑

6일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가 지난달 한 달 동안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신장률을 분석한 결과, 집에서의 공부 효율을 높여주는 아이템 매출이 최대 7배나 급증했다.

아예 집을 독서실처럼 꾸미려는 수요가 확인된 셈이다. 독서실 구조와 같이 양옆에 칸막이가 설치된 '칸막이 책상' 매출 신장률이 648%로 집계됐다. 일반 책상에 세워 가림막을 만드는 '책상 파티션' 매출도 173% 늘었다.

자연의 소리 등이 재생돼 집중과 안정 효과를 주는 '백색 소음기'와 공기 중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산소만 모아 내보내는 '산소 발생기' 매출도 각각 243%, 139%씩 증가했다. 모두 기존에는 독서실에서 많이 쓰던 상품이다.

이 외에 외부 소음을 차단해 주는 '노이즈캔슬링 이어폰'(212% 증가), '책상용 의자'(99%), '독서등'(36%) 매출 신장도 두드러졌다.


헬스장·해외여행 막힌 영향도

결심 상품 기획전을 준비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상품기획자(MD)가 필수로 확인해야 하는 건 쇼핑몰에 입점한 협력사의 판매 현황이다. CJ몰은 협력사와 논의 후 기존 결심 상품 구성을 올해 바꿨다. 보통은 금연, 다이어트, 어학교육 관련 상품을 모아 진행했지만 올해는 자격증 취득 콘텐츠, 재테크 서적, 홈트레이닝이 중심이다.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져 어학 공부에 대한 수요가 꺾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반면 집값 급등으로 공인중개사 자격증 학습 프로그램 인기가 치솟고, 급변하는 경제상황 관련 재테크 전문 서적 판매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CJ몰 관계자는 "해커스, 박문각 등 관련 업체를 파악해 보니 지난해 공인중개사 교육상품 매출은 2년 전보다 10배가량 증가했지만 성인 대상 영어회화 브랜드의 상품 매출은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은 요가, 필라테스 관련 기기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CJ몰은 이번 기획전에 전문 교습소에서 활용하는 기구의 기능을 갖춘 필라테스와 요가 장비를 포함시켰다. 학원이나 야외활동 없이 집에서 유튜브로 건강관리를 하는 수요가 늘어 기본 동작 등에 유용한 상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김현정 CJ ENM M리빙사업팀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신년 결심상품 수요가 집콕 자기 계발로 바뀌었다"며 "거기에 맞는 상품들을 모아 제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근거리 쇼핑 창구로 자리잡은 편의점은 새해 같지 않은 분위기다. 이마트24에서 지난 1~3일 판매량이 증가한 품목은 주류와 생활먹거리였다. 지난해 필기구, 봉투, 노트 등이 잘 팔렸던 것과는 딴판이다. 가격과 리뷰 등을 꼼꼼히 비교하고 구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보다 편의점은 일상 쇼핑 공간으로 인식돼 일반적인 연휴 상황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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