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가 설 특수를 앞두고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귀성을 자제했던 지난해 추석 때 고가의 선물세트 수요가 급증하자 올 설에는 일찌감치 값비싼 선물세트를 풀며 매출 신장을 기대하는 눈치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20만원 이상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 설 대비 20~30% 확대했다. 50만원 이상의 한우·굴비 프리미엄 선물세트 물량도 1.5배 늘렸다. 특히 100만원이 넘는 '현대명품 한우' 세트는 지난해 3종에서 4종으로 품목을 추가했다.
앞서 지난해 추석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 선물세트 판매 호조로 역대 추석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14일부터 9월 30일까지 선물세트 판매실적이 2019년 동기간 대비 13.8% 성장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 추석 때 명절 대표 프리미엄 상품으로 꼽히는 한우 매출이 전체 매출 신장세를 견인했다"며 고가의 한우 물량을 확대한 이유를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설을 앞두고 최근 20만~50만원대 프리미엄 선물세트 물량을 30% 늘렸다. 최고급 선물로 650만원 상당의 샤또 와인도 준비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축·수산 선물세트의 주요 품목을 30% 가량 늘리는 등 프리미엄 상품군을 강화했다.
특히 올해는 본행사가 아닌 사전예약 때부터 고가 선물에 대한 수요가 반영되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달 24~31일 사전예약 실적을 분석한 결과, 10만~20만원 선물세트가 180.7%, 20만원 이상 선물세트가 76.8% 신장했다.
이에 이마트는 수산의 경우 10만원 이하 물량을 지난해 설보다 10% 줄이고, 15만원 이상 선물세트를 20% 확대했다. 축산도 30만원 이상 선물세트를 30% 늘렸다. 롯데백화점은 사전예약 때 통상 30만~50만원대 상품을 선보였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70만~90만원대 명품 한우 선물세트도 준비했다.
지난해 추석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귀성이 줄고 대신 선물을 통해 마음을 표현했던 기조가 이번 설에는 더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 할수록 선물에 더 신경쓰는 경향이 강해지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봐야겠지만 한동안 고가 선물 트렌드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샤인머스캣 같은 '트렌드 과일'이 인기를 끌며 명절 선물시장에 세대교체도 일고 있다. 전통강자 사과·배는 주춤한 반면 샤인머스캣·한라봉·애플망고 등 다양한 과일이 혼합된 선물세트가 늘었다. 이마트는 트렌드 과일 선물세트를 지난해 2종에서 올해 8종으로 확대했고, 현대백화점도 물량을 30%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이색적이거나 고가의 식재료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