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상경 투자’…작년 강남 3구 매입자 4명 중 1명은 외지인

입력
2021.01.0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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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밖 거주자 매수 비중 25.6%로 역대 최고

지난해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 아파트 매입자 4명 중 1명은 서울에 거주하지 않는 외지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자금이 풍부한 상황에서 지방 도시까지 폭넓게 규제 지역으로 묶이자 강남에 ‘똘똘한 한 채’를 마련하려는 이른바 ‘상경 투자’가 몰려든 것으로 풀이된다.

6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매입자 거주지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11월 강남 3구의 아파트 매매량은 1만1,43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타 지역 거주자가 매입한 아파트는 2,927가구이며, 매입 비중은 25.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원이 200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강남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외지인 매수 비중이 높았다. 지난해 1~11월 강남구의 아파트 매매거래 3,809건 중 1,006건을 타 지역 거주자가 체결했고, 매입 비중은 27.5%다. 같은 기간 송파구는 매매거래 4,635건 중 1,224건(26.4%), 서초구는 3,141건 가운데 697건(22.2%)이 외지인 계약인 것으로 집계됐다.

상경 투자가 늘면서 강남 3구의 아파트값도 오름세를 보였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역삼동 ‘역삼 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월만 해도 20억8,000만원(2층)에 거래됐지만 12월에는 23억2,000만원에 팔려 1년도 안 돼 2억4,000만원 상승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자이’ 전용면적 84㎡도 지난해 1월 26억2,500만원(20층)에 실거래가 이뤄졌지만 12월 26일에는 28억원(18층)에 거래돼 1억7,500만원 뛰었다. 같은 기간 송파구 ‘송파레미니스’ 전용면적 84㎡ 역시 11억원(16층)에서 13억8,000만원으로 2억8,000만원 치솟았다.

강남 3구를 포함한 서울 전역으로 넓혀도 서울 외 거주자의 매입 비중은 22.3%(8만5,020건 중 1만8,966건)로 역대 최고치였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업무와 문화, 교육, 교통의 핵심지인 강남권을 주축으로 부동산 시장이 움직이다 보니 파급력도 크고 안정성도 높다”며 “정부가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가격을 잡으려고 해도 잠시 움츠러들었다 다시 치솟기 때문에 타 지역 거주자들까지 강남 3구의 아파트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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