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최측근 2명의 금품수수 사건이 남긴 여진(餘震)은 2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폭로한 김소연 전 대전시의원을 상대로 박 후보자가 제기한 1억원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법원에 계류돼 있는 탓이다. 1심 법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이 사건 자체 조사결과 보고서를 인용, 박 후보자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린 상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후보자의 소송 제기가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김 전 의원이 박 후보자 측근들의 금품요구 사실을 보고했을 당시 박 후보자의 반응이었다면서 공개한 “전문학은 뭐야, 권리금 달라는 거야?” 발언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다툼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자체 조사에서 사실로 인정된 언급인데도, 박 후보자는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김 전 의원의 ‘허위 주장’으로 몰아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2019년 12월 20일 해당 소송을 내면서 “김 전 의원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와 신용이 심각히 훼손됨은 물론, 인격권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전 의원이 언론 인터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언급한 “박 후보자에게 최측근의 1억원 요구에 관해 4차례 보고했지만 묵살당했다. 그가 묵인ㆍ방조했다” ”박 후보자가 ‘권리금’ 얘기를 2차례 했다” ”박 후보자와 최측근들은 공범, 공모관계다” 등 허위 발언 7개를 명예훼손 근거로 들었다. 당초 민주당 소속으로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치렀던 김 전 의원은 바른미래당을 거쳐 현재 국민의힘 당적을 보유 중인 상태다.
1심 법원은 해당 발언들을 하나하나 따졌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됐던 ‘최측근 금품수수 요구 4차례 보고’ ‘권리금’ ‘공모 관계’ 발언을 주로 들여다봤다. 우선 재판부는 “김 전 의원이 총 4차례 박 후보자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건 김 전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민주당의 ‘직권조사명령 수행결과 보고”(2018년 10월 12일)가 이 같은 법원 판단의 주요 근거였다는 사실이다.
재판부는 “김 전 의원은 2018년 4월 11일 처음 박 후보자에게 금품요구 사실을 보고했다고 진술했다”며 민주당 조사결과 보고서 내용을 상세히 인용했다. 해당 보고서에 △4월 11일 (차 안에서) “권리금 달라는 거야, 뭐야” △4월 21일 선거캠프 사람들에 대한 ‘사조직’ 언급에 “그런 말 말라” 윽박지름 △6월 2일 (박 후보자 최측근인) 전문학의 행태에 대한 언급 시도에 큰 소리로 야단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 주장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만큼, 사실에 부합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는 의미다.
또, 박 후보자가 두 차례(2018년 4월 11일, 6월 3일) 했다는 ‘권리금 발언’에 대해서도 법원은 김 전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일관된 주장을 하는 김 전 의원과 달리, 박 후보자는 일시와 장소, 상대방이 특정된 상황에서 해당 발언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며 “그러나 박 후보자 측의 증인이 낸 사실확인서만으로는 (발언이 없었다는 걸)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못 박았다.
김 전 의원의 ‘박 후보자도 공모’ 발언과 관련, 법원은 박 후보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방조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를 소개했다. 검찰은 2018년 11월 28일 김 전 의원으로부터 고발당한 박 후보자에 대해 서면조사만 진행한 뒤, “박 후보자가 최측근들에게 범행을 지시, 공모했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면서 공소시효 만료 직전인 같은 해 12월 12일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발언은 허위로 봐야 한다”면서도 김 전 의원에게 위법 행위 책임을 묻진 않았다. ‘불법 금품을 받은 이들이 박 후보자의 측근이고, 과거부터 상호 긴밀한 관계로 생각하고 수사를 의뢰한 건 공익성이 인정되므로 악의적인 공격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