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도 응시" 시험 전날 나온 헌재 결정… 변시생들은 '차분'

입력
2021.01.05 19:00
5일 전국 25개 대학서 시험 시작
시험장 입구서 발열체크·손소독
자가격리자·확진자 발생은 없어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죠."

4일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도 제10회 변호사시험(변시)에 응시할 수 있게 된 가운데, 5일 전국 25개 대학에서 변시 일정이 시작됐다. 시험장 입구에서 발열체크를 하고 손소독을 하는 등 평소와 다른 풍경이 펼쳐졌지만, 변시생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시험을 치렀다.

2년 전에 이어 올해도 변시에 응시한 이모(32)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예전보다 친구들과 대화도 별로 없고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며 "예전엔 고사장에 30명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고사장 인원이 많이 줄어 20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당초 법무부가 코로나19 확진자는 변시에 응시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변시생 사이에선 유증상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고 시험을 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한양대에서 시험을 치른 박모(32)씨는 "누구든지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지 않나. 특별히 의식해본 적이 없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시험장 내 방역도 철저했다. 시험이 치러지는 건물 입구에 발열체크기를 두고 건물 밖을 오갈 때마다 체온을 측정하도록 했고, 고사장 내에선 물 이외의 음식물 취식을 금지했다. 연세대에서 시험을 치른 한 응시자는 "책상 간격이 예년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등 생각보다 방역이 철저했다"며 "화장실에 비누나 티슈, 소독제도 잘 비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많은 인원이 제한된 공간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점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학교 측은 고사장 내에선 식사가 불가능해, 지정된 장소에서 식사를 하도록 했다. 박모(36)씨는 "연세대는 학생회관에서 밥을 먹게끔 했는데, 한꺼번에 사람이 몰려서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했는지 일부 응시생들은 영하 4도의 추운 날씨에도 밖에서 도시락을 먹기도 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응시생 중 자가격리자나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험기간에 응시생이 자가격리 또는 확진될 상황에 대비해서 별도 수험장을 마련해놨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시험은 이날부터 9일(7일은 휴식)까지 나흘간 전국 25개 대학에서 진행된다.

다만 헌법소원을 냈던 응시생 측은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헌법소원 법률 대리인인 김정환 변호사는 "그간의 방침에 따라 확진자는 응시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응시생들이 검사를 받지 않아 표면적으로 확진자가 없는 것"이라며 "응시생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며칠만이라도 시험을 연기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전날 변시 응시생 일부가 지난달 30일 '제10회 변호사시험 공고'와 관련해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 고위험자로 분류된 응시생, 밀접 접촉자로 자가격리 판정을 받은 응시생도 생활치료시설이나 시험장 내 별도 공간에서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

윤한슬 기자
오지혜 기자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