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잠룡 "전국민에 재난지원금" vs 文 "고통의 무게 다르다"

입력
2021.01.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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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경쟁적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경기 위축과 소비심리 저하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게 공통적 이유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청와대 입장과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당장 야당은 4월 예정된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선거용' 카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낙연ㆍ이재명ㆍ정세균 '전국민에 지원금 주자'

여권의 주요 대선주자들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부분 ‘찬성’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경기 진작을 위해 전국민 지원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3일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이 살아야 재정 건전성도 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필요하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가세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4일 “지역화폐로 전국민에게 보편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을 실행해주길 바란다”고 여야 국회의원 300명에 보낸 서한에서 밝혔다. 일관되게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해 왔던 이 지사와 달리 지난해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 ‘맞춤형 지급’에 힘을 실었던 이 대표와 정 총리까지 '전국민 지급'으로 선회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는 대선주자들이 올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본격화할 대선 레이스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與 일각 '4월 전 지급' 염두...文 "고통의 무게 평등치 않아"

이미 당내에서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쪽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민주당은 집행 시점을 '4월 보궐선거 전'으로 일단 잡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백신 확보, 사회적 거리 두기 효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2, 3월 쯤 본격적 논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5일 “지난해 5월 1차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때처럼 지급규모는 4인가구 100만원 수준, 혹은 그 이상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입장에서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가 주는 고통의 무게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며 "정부는 이 고통의 무게를 함께 나누는 것에 최고의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재난지원금은) 가장 많은 피해를 보신 분들께 가장 두텁게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면서도 공정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기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발언이다.

재정부담도 변수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난달 3차 재난지원금을 편성하면서 올해 예비비 8조6,000억원 가운데 4조5,000억원(56%)을 이미 썼다.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전체 예산은 13조원 규모였다. 정부가 연초부터 추경을 편성하면 국가 재정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당정간 기싸움도 배제할 수 없다.


野 ‘돈으로 민심 사는 얄팍한 술수’

당장 야당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이 결국 '선거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백신 확보 논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실패로 정부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자, 선거를 의식해 국면전환용 카드를 꺼내들려고 한다는 게 국민의힘 판단이다. 국민의힘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를 지난해 4월 총선 참패의 주요 이유로 꼽기도 했다. 실제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ㆍ법제사법위원 간담회에서 “(여당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민심을 돈으로 사겠다는 얄팍한 술수”라고 견제했다.



정지용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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