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또다시 승부수를 띄웠다. 상대는 영원한 경쟁자 미국이다. 양국 모두 백신이라는 무기를 확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닮았다. 성패는 ‘집단 면역’에 누가 더 빨리 도달하느냐에 달렸다. 일사불란하게 ‘접종 과업’을 수행하는 중국이 곳곳에서 삐걱대는 미국을 향해 승리를 자신하는 이유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규모는 미국(4일 기준) 456만명, 중국 450만명(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엇비슷하다. 국민 75% 가량 접종해야 집단 면역이 형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가 훨씬 많은 중국이 미국보다 오히려 늦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기세가 맹렬하다. 지난달 15일 자국 백신 승인 이후 보름 만에 300만명이 접종했고, 내달 초 춘제(중국의 설) 연휴 이전에 5,000만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수도 베이징에만 220곳 접종소에서 1~2일 이틀간 7만3,000여명이 백신을 맞았다. 허난성을 비롯한 지방 각지에서는 팀을 꾸려 백신 접종을 홍보하며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물량도 충분하다. 업계 1위 시노팜의 연간 백신 생산량은 10억회분에 달한다. 미국의 경우 백신이 모자라 정량의 절반을 투약하는 ‘쪼개기’ 논란으로 시끄러운 것과 대조적이다. 접종률이 연방정부가 배포한 백신의 30%에 그쳐 손발이 맞지 않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접종 대상을 60세 이상 노인과 미성년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며 한발 앞서가고 있다.
이에 중국은 “미국은 위기 상황에 맞설 국가 시스템이 붕괴했다”고 깎아 내리며 자신들의 우월함을 뽐냈다. 전염병 대처에 긴요한 자원 배분과 동원 능력에서 양국의 차이가 현격하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5일 “화이자 백신이 나왔을 때 미국은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올 항공모함이나 원자폭탄으로 여겼지만 실상은 다르다”며 “사회 조직과 동원 능력이 코로나와의 싸움 결과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4월 1일까지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20만명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견해를 제시했다. 산발적 감염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기는 하나, 사망자 수는 변함없어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인 중국에게 한 수 배우라는 의미다.
왕칭화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 면역학자는 “대량 백신 접종에 동참하는 건 모든 시민의 의무이자 중국이 전염병과의 사투에서 어렵게 얻은 성공을 강화시킬 강력한 신호”라고 말했다.
중국의 맹점은 백신의 안전성이다. 백신을 믿지 못하는 국민이 25%에 달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왔다. 백신 접종을 피하려 기저질환으로 핑계를 대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급기야 대만이 나섰다. 중국 업무를 맡고 있는 대만 대륙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중국 백신의 위험에 주의하라”며 “대만 인민을 백신 테스트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요구했다. 중국의 우선 접종 대상자에 본토 거주 대만인들이 포함되자 항의한 것이다.
중국은 강력 반발했다. 주펑롄(朱鳳蓮)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대만이 중국 백신을 비방하며 정치적 악의를 드러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번 백신 접종은 전적으로 대만 동포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 것”이라며 “백신을 맞을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