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중의원 해산 시기에 대한 답변을 뒤늦게 정정(訂正)하면서 구설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다 궁지에 처한 스가 총리가 실수로 본심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스가 총리는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중의원 해산 시기에 대한 질문에 당분간 코로나19 대책을 가장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한 뒤 "가을 어딘가에서 중의원 선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답했다. 이어 "시간의 제약도 전제로 하면서 차근차근 생각해 판단하겠다"고 했다. 회견 후 총리관저는 이를 "가을까지 어딘가에서"로 정정했다.
서둘러 수습에 나선 이유는 스가 총리의 답변대로라면 사실상 '가을'이라는 시기를 특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총리가 해산 시기를 특정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중의원 해산권은 야당과 당내 반대파들을 견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서 총리의 전권 사항이다. 이에 관저 측은 '가을까지'로 수정해 자민당 총재 임기(9월 30일)과 중의원 임기(10월 21일) 만료 이전에는 총리가 언제든지 해산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바꾼 것이다.
일본 정가에선 중의원 해산 시기와 관련해 △2021년도 예산안 처리 후인 3월 △정기국회가 끝나는 6월 △도쿄올림픽 개최 후인 9월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스가 총리의 '가을 해산' 답변은 코로나19 수습과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동력 삼아 중의원을 해산해 선거를 치르겠다는 구상이 무심결에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자민당의 전직 각료는 이에 "부주의하다. 보다 한 마디 한 마디를 신중히 말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총리 스스로 '최후의 카드'를 공개한 모양새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스가 총리 구상대로 정국이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방자치단체장과 여론에 쫓기듯이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하는 모양새인 데다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허니문 기간(정권 출범 후 100일) 내각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한 상황이라 긴급사태선언 이후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자민당 내에서 "스가 총리를 당의 얼굴로 내세워 중의원 선거를 이길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