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를, 좋은 팀에서 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합니다.”
13년 차 베테랑 양우섭(35ㆍ서울 SK)은 요즘 코트에 설 때마다 저절로 생기는 미소를 숨기기가 힘들다. 강제 은퇴에서 벗어난 시즌이다 보니 출전하는 경기마다 행복감이 묻어난다. 안양 KGC인삼공사전을 앞둔 5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도 “운동하는 게 즐겁다.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다”라며 신인 선수마냥 설렘이 넘쳤다.
양우섭은 2008년 부산 KTF(현 KT)에서 데뷔했다. 3시즌을 거친 후 창원 LG로 이적해 8시즌을 보내고 2020~21시즌을 앞둔 지난해 6월 SK로 갔다.
지난해 LG와 재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고심했지만 그는 현역 연장 의지를 접지 않았다. 문경은 SK 감독에게 직접 연락하는 용기로 결국 자유계약(FA) 신분으로는 낮은 연봉(3,500만원)이지만 계약에 성공했다. “평소 존경하는 감독이었지, 그전까지 딱히 인연이 없었다. 자신 있다고 한 번만 믿어달라고 했다”는 그는 “SK에서 영입한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아내와 둘이서 울었다. 손을 잡아줘 너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양우섭이 은퇴가 아닌 현역 연장을 결심한 것은 아내 조언 덕이다. 그는 “LG에서 점차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몸 상태는 신인 선수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좋았다”며 “아내가 뒷바라지할 테니 꿈을 맘껏 펼쳐, 딸 채윤이가 아빠가 농구선수라는 사실을 알 때까지 뛰라고 했다. 구단, 가족의 믿음에 보답하는 농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새 마음으로 이번 시즌에 임한 양우섭은 플레이도 변했다. 전문 수비수였던 모습이 잊힐 정도로, 던지는 공마다 림에 빨려 들어간다. 4일 현재 3점슛 성공률이 45.9%로, 전체 12위에 올라 있다. 지난해 10월 24일 안양 KGC인삼공사전에선 자신의 한 경기 3점슛 최다인 7개를 포함해 25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슛 개선을 위해 한상민 코치와 잘못된 습관 등을 고친 데다, 시즌 중에도 자율인 야간 훈련을 빼놓지 않은 결과다. 양우섭은 “과거 공격보다는 수비에 비중을 두라는 지시에 따라 맞췄지만, 슛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며 “지금은 자신 있게 쏘라는 감독님의 조언에 따라 플레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전 시간도 크게 늘었다. 26경기에 나가 지난 시즌 2배인 평균 12분 33초를 뛰었다. 주전 포인트가드 김선형의 뒤를 받치며 얻어낸 값진 기록이다. 양우섭은 “부상에서 주전들이 돌아와 출전 시간은 줄어들겠지만 어느 상황에 투입되든 최상의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평소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시즌 전 목표는 통산 500경기 출전이었다. 현재 476경기를 뛰고 있어 달성이 유력하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양우섭은 “팀 성적이 기대처럼 나오지 않다 보니 젊은 후배들이 자신감이 떨어져 과감한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면서 "과거 룸메이트였던 표명일 형이 따뜻한 조언으로 용기를 북돋아 줬던 것처럼 후배들을 챙기는 것도 내 역할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