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훼손한 '임청각' 복원에 文 "민족 정기 흐르도록"

입력
2021.01.04 17:20


"이번 중앙선 선로 변경으로 임청각을 복원할 수 있게 돼 매우 뜻 깊습니다.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고 민족 정기가 흐르도록 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강원 원주와 충북 제천 구간을 5일부터 운행하는 저탄소·친환경 열차인 'KTX-이음' 탑승 행사에 참여해 '민족 정기'를 얘기했다. 문 대통령이 경북 안동의 임청각 복원과 민족 정기를 언급한 것은 중앙선 복선화 사업으로 독립운동의 상징인 임청각을 가로지르던 철로를 걷어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은 194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독립운동가 석주 이상룡 선생의 생가이자, 총 11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보물 182호 임청각을 가로질러 중앙선을 깔았다. 임청각을 훼손해 민족 정기를 끊고자 하는 악의적인 의도가 담겨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중앙선 기존 노선을 보면 얼마든지 직선으로 그곳을 지나지 않을 수 있는데도 일제가 의도적으로 노선을 우회시켜 중앙선으로 하여금 임청각을 관통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 바람에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살림집인 99칸 민간 저택의 절반이 중앙선으로 잘려 나가게 됐고, 임청각 옆 신라시대 국보 모전석탑도 훼손돼 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임청각 복원에 취임 전부터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취임 전인 2016년 임청각을 방문해 '완전한 복원'을 약속했고, 이듬해인 2017년 취임 직후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가들을 모시는 국가의 자세를 완전히 새롭게 하겠다. 임청각의 모습이 바로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중요성을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임청각처럼 독립운동을 기억할 수 있는 유적지는 모두 찾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상룡 선생 증손자인 이항증씨도 함께 했다. 이씨는 "백두대간의 힘든 공사를 이렇게 빨리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임청각을 관통하는 경북 도담-안동 구간 노선 개통 시기는 당초 내년 말이었으나 2년 앞당겨졌다. 청와대는 "올해 2월까지 기존 철로를 철거한 뒤 안동시 주도로 임청각 주변 정비 사업에 착수한다"며 "임청각은 2025년에 온전한 모습으로 복원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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