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 반향에 재조명되는 다큐 '게이브리얼의 죽음'

입력
2021.01.04 16:00
2013년 친모 학대 시달린 8세 소년 죽음 다뤄
가해자 외 보호 조치 못한 시스템 부재 지적

입양된 지 10개월 만에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16개월 영아 정인양 사망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확산 중인 가운데 참혹한 아동 학대 사건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게이브리얼의 죽음: 누구의 책임인가?’가 재조명되고 있다. 아동 폭력이 가해자뿐 아니라 시스템 부재의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점에서 아동 학대 예방체계 구축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는 이번 사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반응이다.

4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정인양 학대 사망 사건에 대한 분노·슬픔의 목소리와 함께 넷플릭스의 6부작 다큐멘터리 ‘게이브리얼의 죽음’을 볼 것을 권하는 글이 올라왔다.

영화는 2013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 인근 팜데일에서 일어난 8세 소년 게이브리얼 페르난데스의 사망 사건을 다룬다.

페르난데스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간 지 이틀 만에 숨을 거둔다. 이는 소년의 친모와 그의 남자친구가 소년을 수개월 동안 잔인하게 학대한 결과였다. 잔혹한 방법으로 124㎝, 26㎏ 작은 체구의 아이를 고문한 두 사람은 1급 살인죄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영화는 두 사람의 재판 과정을 다루면서 페르난데스의 죽음이 물리적 폭행을 가한 두 사람뿐 아니라 소년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시스템의 실패'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한다.

사건 담당 검사는 가해자 두 사람 외에 이 사건에 관련이 있는 4명의 사회복지사도 기소한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아동 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에 열악한 시스템을 강하게 꼬집는다.

특히 영화는 공공 서비스의 외주화가 결과적으로 페르난데스의 죽음을 불러 왔다고 꼬집는다. 하지만 시스템 개편 이후에도 같은 지역에서 유사한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이 발생한다. 여전히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누리꾼들은 아동 학대 사건은 부모와 환경 문제, 사회 시스템의 부재 등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정인양 사망 사건과 게이브리얼의 죽음이 놀랍도록 닮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인양 사망 사건은 입양 이후 세 차례나 아동 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경찰과 아동보호 기관이 학대 증거를 찾지 못하고 부모에게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이 때문에 관할 경찰서인 양천경찰서의 홈페이지는 분노한 시민들의 글이 쏟아져 한때 먹통이 되기도 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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