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류의 최전선 격전지로 연일 주목 받고 있다. 세계 각국으로 번진 변이 바이러스의 발원지인 만큼, 감염 차단과 면역 확대를 위한 봉쇄 및 백신 도입ㆍ접종 속도전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 영국 정부는 자국 내 봉쇄 조치 강화를 준비 중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4일(현지시간) 내각 소식통을 인용, 봉쇄 단계 등을 논의하는 행정부위원회가 5일 회의를 열고 지난해 봄과 11월에 이어 잉글랜드에 3차 ‘전면 봉쇄’ 조치를 도입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보리스 존슨 총리는 3일 BBC방송에 출연, “앞으로 몇 주간 많은 지역에서 더 강력한 것들을 해야 할 수도 있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미 영국은 전국 4분의 3이 넘는 지역에 내려진 조치에 따라 마트 등 필수 상점만 영업이 가능한 상태다. 불가피한 이유가 아니면 사람들의 외출이 제한된다. 존슨 총리는 전파력이 강한 새 변이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시인했고,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즉각 전국 봉쇄가 이뤄져야 한다고 존슨 총리에게 촉구했다.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는 당장 봉쇄령을 발령할 태세다.
하루라도 빨리 극단적 상황을 벗어나려면 가장 시급한 게 면역 보유자를 늘리는 일이다. 서두르는 기색이 영국 정부에 역력하다. 무엇보다 여러 종류의 백신을 들여오는 데 적극적이다. 필요한 물량 확보에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국 제약사ㆍ대학이 공동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ㆍ옥스퍼드대 백신 접종을 이날 세계 처음으로 시작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침 7시 30분 맨 먼저 옥스퍼드대 병원에서 백신 주사를 맞은 브라이언 핑크(82)씨는 “이제 올해 있을 아내 설리와의 결혼 48주년 축하를 고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신장병 투석 환자인 그가 치료를 받고 있는 만큼 백신이 마음의 평안을 줄 것이라고 했다.
서방에서 화이자(미국)ㆍ바이오엔테크(독일) 백신을 자국민에게 처음(지난달 8일) 접종해 첨병을 자처한 나라도 영국이었다. 영국 정부는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쌍끌이’가 접종 속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의 누적 백신 접종자는 1일 100만명을 넘겼다. 3개월 내 영국인 수천만명에게 면역이 제공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존슨 총리의 바람이다. 맷 행콕 영국 보건장관은 가디언에 첫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끔찍한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아주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백신의 한계도 뚜렷하다. 수요보다 모자란 공급이 일단 문제다. 영국 정부가 지난달 30일 논란을 무릅쓰고 1, 2회차 접종 간격을 기존 3, 4주에서 12주로 벌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것도 많은 사람에게 백신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다.
변이에 얼마나 잘 들을지도 불투명하다. 옥스퍼드 의대 존 벨 교수는 3일 타임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개발된 백신이 영국발(發) 변이에는 효과가 있는 것 같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에 대해선 모르겠다”며 “큰 물음표가 있다”고 말했다. “변이는 두 종류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남아공발 변이까지 가세한 영국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좀체 꺾일 기미가 없다. 3일 기준 5만4,990명이 새로 감염돼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6일째 5만명대를 이어 갔다. 454명이 추가되며 누적 사망자는 7만5,000명(7만5,024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