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코로나 블루’ 치유와 정부의 그린뉴딜ㆍ2050탄소중립정책 수행에 산림청이 앞장서겠습니다.”
지난 한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홍역을 치렀다.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방역과 경제적 어려움에 점점 지쳐가며 일명 ‘코로나 블루(우울증)’를 겪고 있다. 이런 국민들의 심신을 달래 준 것이 산이었다.
지난달 29일 청장실에서 만난 박종호 산림청장(59)은 “유발 하라리가 지은 <호모사피엔스>의 인류역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류사적으로 볼 때 숲은 인간의 삶 그 자체”라며 “코로나19와 기후변화, 4차산업혁명시대 도래 등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숲이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만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산에 갈 수 있는 우리나라는 축복 받은 나라”라며 “코로나 이후 시대에도 숲은 치유와 교육, 체험장소, 일자리 제공처로 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림청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코로나19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숲치유 사업을 진행해 호평을 받았다. 국립산림치유원과 5개 국립숲체원, 7개 국립치유의 숲 등에서 감염병 전담병원과 선별진료소 종사자, 그 가족 등 2,500여명에게 산림치유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올해에는 코로나 19 극복 숲치유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방역종사자 등 코로나19와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분야로 숲치유 프로그램을 한정했지만 올해에는 취약계층과 장애인 등을 포함해 일반국민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박 청장은 “유관부처와 협력을 통해 장애인들이 숲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청소년들의 숲 교육도 적극 추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청장은 한국판 그린뉴딜과 2050 탄소중립 사업에서도 산림청이 중심 역할을 수행해 나갈 뜻도 밝혔다.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배출을 줄이고 배출된 가스를 흡수해야 하는데 산림은 최대의 탄소흡수원”이라며 “산림이 가진 흡수 능력을 유지하고 증진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수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8년 기준 국내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은 4,560만톤으로 국가 총배출량 7억2,800만톤의 6.3%를 상쇄하고 있다. 한국은 정부의 적극적인 나무심기 정책으로 세계가 인정하는 산림녹화국가지만 문제는 산림의 노령화가 가속화하며 탄소 흡수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수령 51년이 넘는 산림면적의 비율이 올해 12%에서 2030년 32.7%, 2050년에는 72%를 차지한다”며 “현 추세대로 관리할 경우 2050년 국내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은 1,391만톤으로 뚝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해법은 노령의 나무를 베어내고 새로 나무를 심어 수령을 젊게 하는 것. 때문에 나무를 베어내는 기준연령(벌기령)을 현재보다 10~20년가량 낮추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는 “미국은 2050년까지 1조그루의 나무를 심고 캐나다도 앞으로 10년간 20억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는 계획”이라며 “우리도 앞으로 30년간 최대 100억그루의 나무를 심어 탄소흡수력을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 청장은 산불방지와 산사태 등 산림재해예방과 임업인의 소득증대 등 산림청 본연의 업무에도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지난해 유례없는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 대응을 위해 정보통신기술과 드론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K산사태방지 대책을 수립, 추진할 계획이다.
임업인과 산림업계를 위한 지원도 넓히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청장은 “연내 임업직접지불제를 도입하고 임산물 소비촉진과 보조금·융자 내실화를 통해 임산업의 활력을 높여 나가겠다”며 “목섬유 단열재 등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스마트 산림경영 등 지능형 임업을 육성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림평화이니셔티브 등 국제사회와 산림협력도 강화하고, 바이든대통령 취임 이후 예상되는 북미관계 변화에 대비하여 남북한 산림협력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준비해 나갈 참이다. 그는 “남북한 산림협력은 이념과 무관하고 남북모두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하고 있어 국제사회와 합의도 쉬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파주남북산림협력센터 등을 통해 북한 나무심기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남북산림협력사업도 적극 뒷받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청장은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5월로 예정했던 세계산림총회가 내년으로 연기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세계 산림총회는 황폐했던 우리 국토를 푸르게 복원한 산림정책과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세계식량농업기구(FAO)와 협의해 개최시기를 결정하고 착실히 준비해서 성공적인 행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