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처럼 쉬어보자

입력
2021.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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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의 가장 중요한 율법이 안식일의 의식을 지키는 것이다. 십계명 중 네 번째가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는 것인데, 그 앞의 세 계명은 모두 신과의 관계에 관한 것이어서 사회생활에 관한 율법으로는 안식일의 준수가 부모를 공경하는 것보다 앞서는 중요한 계명이다. 금요일 저녁 촛불 의식으로 시작하는 안식일은 유대인들이 수천 년을 지켜온, 아니 수천 년간 유대인을 지켜 준 전통이다. 사회학자 뒤르켐은 성과 속의 구분이 모든 종교의 기본이라고 했는데, 유대교는 성과 속의 구분이 공간보다는 시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시간의 종교'이다. 사회학자 제루바벨은 유대교에서 시간이 특별한 중요성을 가지게 된 것이 오랫동안 자기 땅 없이 떠돌며 살아온 유대인들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성스러운 장소를 안정적으로 지키기 힘든 처지에서 시간의 구획을 통해 성과 속의 구분을 유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유대교의 율법은 안식일과 평일의 구분을 상세하고 엄격하게 규정한다. 안식일에는 일을 해서는 안될 뿐 아니라 평소와 다른 옷을 입고 음식을 먹는다. 안식일에 입는 옷은 '오염'을 막기 위해 평상복과 다른 옷장에 보관한다. 안식일에는 걸음도 느려야 하고 속된 언어를 피하며 화를 내거나 슬픔에 빠져서도 안된다. 안식일의 '안식'은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 소극적 휴식이 아니라 기쁨과 평화 속에서 영혼을 돌보는 적극적 휴식을 의미한다. 주중의 더 생산적인 노동을 위한 재충전이 아니라 삶의 완성으로서의 휴식이다. 그래서 랍비 헤쉘은 안식일이 삶이 절정을 이루는 '시간의 궁전'이라고 했다.

팬데믹으로 온 가족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생활이 새해에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식탁이 오피스가 되고 아이 침실이 교실이 되었으며 노트북을 껴안고 침대에 드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집이 일터이자 학교이고 식당이며 영화관이고 헬스장인 현실에서 일은 능률이 오르지 않고 여가시간에도 일 생각을 떨치기 쉽지 않다. 끝없이 이어지는 화상회의의 가상공간 속에서 공과 사의 구분도 희미해진다.



공간의 분리가 어려운 팬데믹의 일상 속에 새해를 맞으며 시간의 구획을 통해 삶의 질서를 찾는 안식일의 지혜를 생각한다. 주말의 하루를 우리 가족의 안식일로 정해 일을 금하고 몸과 영혼을 돌보는 날로 보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이메일을 열지 않고 컴퓨터도 켜지 않고 가능하면 스마트폰도 서랍 속에 두면 좋겠다. 대신 아주 긴 산책을 나가고 명상과 독서로 시간을 보내고 가족들과 좋은 음식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음식은 전날 가족이 같이 준비하고, 아이와의 대화에서 공부에 관한 이야기는 금지다. 대화 중 화를 내거나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금기이다. 삶의 속도를 늦춰 그 섬세한 결을 손끝으로 느껴보는 것이다. 물론 이 어느 것도 쉬울 것이라는 환상은 없다. 그래서 매주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삶을 사는 기술도 반복된 훈련을 통해 향상되는 것이니까.

물론 안식일이 일부 사람들만 누리는 특권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성경에 안식일에는 소와 나귀도 쉬고 하인의 자식과 이방인도 숨을 돌린다고 했다. 내 안식의 시간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안식일도 존중해야 진정한 안식이 가능하다. 특히 권력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주변 사람의 안식의 권리를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채윤 미국 위스콘신대학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