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회 임박한 北, 대화의 장 조속히 나서야

입력
2021.01.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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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하장 형태의 친필 서한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새해를 맞아 “사랑하는 인민들의 귀한 안녕을 경건히 축원한다”며 “어려운 세월 속에서도 당을 믿고 지지해 준 마음들에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2012년 집권한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친필 서한 형태의 신년사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이르면 4일 열릴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를 앞두고 다시 애민정신을 강조한 것은 눈길을 끈다. 앞서 그는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도 ‘방역전선과 자연재해 복구에서 인민군 장병들이 영웅적인 헌신을 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정말 면목이 없다”며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도 16차례나 썼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우상화가 일상인 북한에서 김 위원장의 이러한 이례적 행보는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협상을 통한 대북 제재 완화를 기도하다 물거품이 된 뒤 ‘새로운 길’을 찾아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추진했지만 성과가 미미한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국경을 봉쇄했지만 수해까지 덮쳤다. 전임자와 달리 동맹과 실무 협상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과 당장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북한은 이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 위원장도 친필 서한에서 '위대한 인민을 받드는 충심 일편단심 변함없을 것을 맹세'했다. 진정으로 인민을 받드는 길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것밖에 없다. 첫 상대는 남녘이 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대화 재개와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동맹국 의회와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금지법까지 공포했다. 김 위원장이 당 대회를 통해 남북관계와 대외정책에서 전향적 자세를 천명해 줄 것을 기대한다. 비상방역 중인데도 수만 명이 운집하는 행사를 벌이고, '자력갱생'을 외치는 것만으론 ‘인민들의 이상과 염원이 꽃 필 새로운 시대를 앞당’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