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 어느 세대가 그러지 않을까마는, 지금의 20·30대(2030)와 60·70대(6070)는 생애 전환기마다 정치·경제적 위기를 경험한 '위기의 세대'다. 이들은 주류 세대에 밀려 사회적 재화 경쟁에서 뒷자리를 차지해야만 하는 '주변부 세대'이기도 하다.
제대로 누려본 것 하나 없는 2030은 부모 세대보다 나은 삶을 살지 못하는 첫 세대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그늘 아래서 유소년기를 보낸 2030은 세상에 나올 때 쯤 고도성장 시대가 막을 내렸다.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들고 나왔지만 '단군 이래 최대 취업난'을 맞닥뜨리며 좌절만 경험한 세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불황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2030은 세상 속으로 뛰어 들 기회마저 잃은 첫 세대다.
6070은 '은퇴=안식'이라는 공식을 누리지 못한 첫 세대다. 6·25전쟁 트라우마를 견디며 자랐고, 한창 수입을 늘려야 할 시기에 구제금융 사태를 맞으며 상당수가 일선에서 밀려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이 일하고(OECD 노동시간 2위) △가장 은퇴가 늦으면서도(은퇴 연령 72.3세) △가장 빈곤한 삶을 살아야(OECD 상대 빈곤율 1위) 하는 이들이 바로 이 땅의 6070이다.
2030과 6070은 선배 세대와 완전히 다른 청년·노년을 사는 첫 세대라는 점에서 닮았다.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스스로 찾아내며 억척스럽게 삶을 개척해 나가다보니 다른 세대로부터 ‘싸가지’(2030)로 매도 당하거나 ‘꼰대’(6070) 취급을 받기도 한다.
한국일보가 2030과 6070을 한 데 묶어 조명한 것은 '꼰대'와 '싸가지'라는 말 뒤에 숨은 그들의 울분과 애환, 그리고 그 소외를 낳은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서다. 취재하며 만난 2030은 “인생을 쉽게 생각한다고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큰 상처”라고 말했다. 부모 봉양과 자식 뒷바라지에 생을 바친 6070도 “노후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으면서 목소리만 높인다는 젊은 세대의 핀잔에 억장이 무너진다”고 하소연한다.
이것은 과연 이들만의 문제일까. 지금의 2030과 6070이 맞닥뜨린 갈등은 정책과 입법이 이들 세대의 주변화와 단절을 조장하면서 확대된 측면이 적지 않다.
지금 사회적 재화 분배의 주도권은 86세대와 X세대가 연합한 4050 세대가 쥐고 있다는데 큰 이론의 여지는 없다. 21대 국회 출범 이후 발의된 약7,000건의 법안 중 2030과 6070을 위한 법안이 180건(약 2%)에 불과하다는 점은, 젊은이와 노인들이 입법·정책적으로 소외돼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일보가 만난 두 주변부 세대(2030과 6070)는 한 목소리로 세대간 공정한 사회적 자원 배분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도 이들 세대의 소외를 계속 방치하는 한 한국이 공정사회로 나아가는 길은 요원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과 6070은 계층 사다리에서 함께 추락을 경험하고 있는 세대"라며 "지금 한국 사회의 모든 권력과 자원을 86세대가 독점하고 있는 현상과 떼놓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