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내려간다더니... 한국부동산원 시장 전망 왜 빗나갔나

입력
2021.01.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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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공인 부동산 통계를 작성하는 한국부동산원의 지난해 주택 시장 전망이 빗나갔다. 당초 집값과 전셋값 모두 하락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기준금리 인하와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시장에 돌발 변수로 작용했다. 그 결과 매매와 전세 모두 수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도 지난해와 대동소이할 전망이다.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신규 전세 물량도 여전히 찾기 어려운 탓이다. 특히 매매 시장은 3040세대 실수요자가 중심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가격은 2019년 12월 대비 5.4% 상승했다. 이는 2011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전셋값은 같은 기간 4.5% 올랐다. 서울 등 수도권은 작년 기준 집값은 6.8%, 전세는 5.5%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은 체면을 다소 구겼다. 지난해 초 발표했던 시장 예상치와는 정반대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은 지난해 1월 발표한 '한국감정원 부동산시장 분석보고서'에서 지난해 전국 주택 매맷값이 전년 대비 0.9%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셋값은 같은 기간 0.4% 하락을 예측했다.


당시 나름의 근거도 있었다. 정부의 규제와 보유세 인상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특히 수도권 외곽과 지방은 집값과 전셋값 모두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부동산원은 1월 "지방은 기존 누적된 신규 주택 물량으로 매매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전세 물량도 쉽게 해소하지 못하면서 하락세가 지속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금리와 새 주택임대차법이었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전년 대비 0.75%포인트 떨어지면서 시중 자금이 풍부해졌고 임대차 기간이 최소 4년으로 되면서 신규 전세 물량이 급감한 여파다. 계획대로면 지난해 7월쯤 한국부동산원이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가 인하되면서 기대수익이 높은 주택 시장으로 곧장 돈이 몰렸고,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경직은 크지 않았다"며 "대다수 전세 계약이 갱신되면서, 임대차 시장에 매물은 줄어들고 가격은 상승했다"고 말했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와 유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이나 경기 불확실성의 가시화 등이 예측 못한 변수로 나타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라 집값이 내려갈 가능성은 적고, 학군 등 거주 여건이 좋은 지역 중심으로 전셋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최근 수요자와 공급자 간 가격 줄다리기가 나타나고 있어, 관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전용면적 3.3㎡당 평균 4,033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월 3,399만원보다 18.7% 증가한 값이다. 동일한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가격은 17.6% 올랐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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