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차원에서 포괄적인 백신 접종 계획이 마련돼 각 주(州)에 모델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
미국 공화당의 밋 롬니 상원의원의 일갈이다. 미 CNN방송은 롬니 의원이 1일(현지시간) 낸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성명에서 롬니 의원은 미 정부의 무능과 안이를 신랄하게 꾸짖었다. “미 국립보건원(NIH)과 식품의약국(FDA), 제약 업계 전문가들의 공으로 코로나19 백신이 신속하게 개발됐지만 백신 접종은 뒤처지고 있다”며 “이미 치료만으로도 과도한 부담을 진 의료 종사자들이 대규모의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감당할 수 있다고 가정한 것부터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약국 체인) CVS와 월그린이 위기에서 구원해줄 것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라며 “그들은 미국인 수백만명에게 접종할 초과 인력이 없는 데다 드물지만 심각한 (부작용) 반응에 대처할 장비를 갖추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상대로 “뭔가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는 현실을 인정하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수십만명의 목숨이 위태로울 땐 특히 그렇다”고 질타했다.
실제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는 목표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까지 배포된 코로나19 백신은 1,240만9,050회 접종분, 실제 백신을 맞은 사람은 279만4,599명이다. 정부가 공언한 연내 접종 목표치 2,000만명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미비한 인프라가 더딘 접종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대규모 접종 전 일단 의료 인력을 충원하고 이들에게 지급할 초과근무수당 예산도 확보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거리 두기’가 가능한 방역 시설, 접종 뒤 15분간 부작용을 관찰하기 위한 공간 같은 특수 인프라 구축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접종 현장의 난맥상은 심각하다. 백신을 맞으려면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건 예사다. 그런데도 그냥 비축된 상태에서 방치되고 있는 백신이 없지 않다. 접종을 준비하는 데 몇 달이 더 걸릴 전망인 요양원이나 장기 요양시설에 배정된 몫이다. 요양시설 몫으로 배포된 백신 중 실제 접종된 양은 고작 8%라고 한다.
사고도 발생한다. 주내 백신 배포 책임을 맡고 있는 주 방위군 실수로 42명이 백신 대신 치료제 주사를 맞는 일이 얼마 전 웨스터버지니아주 분 카운티에서 벌어졌다.
이런 우왕좌왕과 지연은 무엇보다 연방정부 탓이다. 롬니 의원이 지적한 대로 연방정부는 접종에는 손을 놓다시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트위터에 “연방정부가 지정된 장소까지 백신을 보내 주고 나면 이후 분배는 각 주에 달렸다”고 적기도 했다.
돈도 거의 쓰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백신 개발에 100억달러(약 10조8,800억원) 이상 지출했지만 배포와 접종과 관련한 예산 집행은 미미했다. 최근 통과된 예산에 주 정부의 요구를 반영한 관련 예산 87억달러(약 9조4,000억원)가 포함됐지만 몇 개월 전에 집행됐어야 할 예산이라는 비판이다.
주 정부의 혼선과 자금 부족, 과로는 예견된 수순이다. 예를 들어 워싱턴주 킹 카운티는 백신 접종을 위해 40명의 직원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지만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AP통신은 “과중한 업무에 자금이 부족한 주 보건 당국들이 백신 접종 계획을 짜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카운티와 병원이 서로 다른 접근법을 취하는 바람에 긴 줄과 혼란, 좌절 등이 초래되고 있다”고 했다.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보건 부서에서 일하는 트래비스 게레스 박사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우리는 백신 접종에 노력하며 동시에 검사를 지원하고, 확진자와 접촉한 이를 추적하는 등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