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에 말랑말랑한 혹이…” 손목 결절종, 10~30대 여성에게 많아

입력
2021.01.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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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편집 업무를 하는 M(31ㆍ여)씨는 하루 10시간 이상 컴퓨터 작업을 해 왔다. 야근이 이어지는 날이면 손목이 뻐근해 종종 손목보호대를 끼고 일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손목에 볼록하게 혹이 생겼고 움직일 때마다 불편함과 통증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거라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보기에도 좋지 않아 남들 앞에서 손목을 내보이기가 부끄러웠다. 병원을 찾은 M씨는 ‘손목 결절종(ganglion cyst)’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컴퓨터 작업을 오래하는 직장인이나 테니스ㆍ골프 등 손목에 무리가 가는 동작을 자주 하는 사람은 손목 결절종’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손목 결절종은 손 관절에 생기는 물혹으로, 힘줄이나 관절막에서 끈적한 점액질이 나와 고이는 풍선 같은 주머니다. 김동민 바른세상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손목 결절종은 손목과 손에 생기는 가장 흔한 양성 종양으로, 손에 생기는 종양의 50~70%를 차지한다”고 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하지만 특히 10~30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는 등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 관절염이 있거나 외상으로 인해 관절막이 손상됐을 때 생기기 쉽다.

손목에서 맥박을 집는 요골 동맥 부위와 손등 쪽에 잘 생긴다. 손등 쪽에 생겼다면 땅을 짚을 때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손목 결절종은 양성 종양이므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한 꼭 제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주머니가 점점 커지면서 염증 반응이 심해지거나 관절막이나 신경 등을 압박하면서 통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점검은 필요하다. 외부로 튀어나온 물혹 때문에 미관상 좋지 않아 치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치료법은 크게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비수술적 치료는 주사기로 결절종 내에 있는 점액질을 빼내는 것이다. 흉터가 거의 없고 간단하지만 점액질이 고이는 주머니와 관절막이 그대로 남아 있어 재발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비수술적인 방법에도 불구하고 혹의 크기가 과도하게 크거나 손목 통증이 지속적으로 생기면 수술을 해야 한다.

수술은 절개술과 내시경으로 나뉜다. 절개술은 손목 결절종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술법이다. 말 그대로 피부를 절개해 점액질이 차오르는 주머니와 점액질이 흘러나오는 관절막을 함께 제거한다. 재발률이 낮지만 흉터가 남는 것이 흠이다.

내시경으로 손목 결절종을 치료하면 절개술보다 통증이 적고 흉터는 작게 남는다. 그러나 손목 결절종이 하나의 큰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개 격벽으로 나뉘어 있거나, 여러 부위에 다발성으로 생겼다면 내시경으로 제거할 수 없기에 수술을 택할 때에는 세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강호정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손목 결절종은 가만히 있으면 없어진다’는 잘못된 정보를 믿고 치료를 망설이다가 신경 압박 등의 증세를 호소하며 뒤늦게 병원에 오는 환자가 많다”며 “손목에 혹이 만져지면 손목 자세 등을 바꾸어가면서 종괴가 커지는지 통증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증상이 느껴지면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이승준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한 번 손목 결절종이 생기면 수술해도 20% 이상 재발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손목을 오래 사용한다면 손목 스트레칭으로 관절을 유연하게 하고 손목 사용이 많은 테니스ㆍ골프 같은 운동을 하기 전에 본인에게 적절한 운동량을 고려하고 운동 전 스트레칭과 운동 후 관리 등을 하면서 예방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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