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유럽의회와 접촉해 “미국과 좋은 관계를 원한다”며 북미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는 가운데 차기 미 행정부에서 북미 대화가 다시 시동을 걸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지난해 11월 3일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유럽의회 한반도관계대표단에 온라인 회담을 요청해 왔다”며 “12월 초 루카스 만들 한반도관계대표단 회장과 주베를린 북한대사가 비공식으로 온라인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된 회담에서 북한대사는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중단한다면 미국과 돈독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여러 번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 북한의 입장이 부정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북한과 유럽의회는 이르면 올해 가을 양측 대표단을 상호 파견하기를 희망한다는 뜻도 밝혔다.
만들 회장은 WSJ에 북한과의 회담을 확인했지만, 주베를린 북한대사관은 이메일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WSJ는 이번 회담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후 런던을 대신해 북한의 대(對) 유럽 관계 중심지 역할을 하는 주베를린 북한대사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북미 핵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이후 유럽 국가들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유럽의회를 통해 미국에 구체적인 협상 의사를 전달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