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막는 민정수석’으로 구원 등판한 신현수는 누구?

입력
2020.12.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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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차기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문 정부의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다. 개혁 전면에 설 법무부 장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자리에는 그간의 기조대로 비(非)검찰 출신 인사를 앉혔지만, 후방에선 검찰 조직에 대한 이해가 높은 신 수석을 구원 등판시켜 ‘검찰개혁 시즌2’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현철 구속시켰던 엘리트 검사 출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31일 브리핑에서 신 신임 수석에 대해 “권력기관 개혁을 완성하고 국민 민심을 대통령께 가감 없이 전달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출범 등 새해 이뤄지는 개혁 후속조치를 안정적으로 완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 수석의 발탁은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이 그간 민정수석실의 탈(脫)검찰화를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초대 민정수석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교수, 김조원ㆍ김종호 전 수석은 감사원 출신이었다.

반면 신 수석은 전형적인 엘리트 검사 출신이다. 사법연수원 16기인 그는 1990년 부산지검 검사로 임관한 뒤 서울지검, 부산고검을 거쳐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장과 마약과장 등을 지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한보그룹 수사를 맡아 당시 ‘살아있는 권력’이었던 김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사정비서관으로 발탁된 뒤 이듬해 물러나면서 검찰 복귀 관행을 처음으로 깨고 김앤장 변호사로 개업했다.

'추ㆍ윤 갈등' 후폭풍에... "검찰 맞서려면 검찰 출신 필요"

신 수석은 정부 출범 때부터 ‘민정수석 1순위’로 거론됐지만 “검찰 출신에게 검찰 개혁을 맡기는 건 대의에 어긋난다”는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실패와 윤 총장ㆍ추미애 법무부 장관 간 갈등에 따른 지지율 균열이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비 검찰 출신 민정 라인이 최근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책임론도 터져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검찰 공세에 맞서려면 어쩔 수 없이 검찰 출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과 접촉면을 늘려 개혁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일종의 유화 제스처로 해석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도 발탁 배경으로 거론된다. 민정수석실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이기 때문이다. 신 수석은 청와대 근무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같이 근무했고,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 법률 멘토를 맡았다. 대선 패배 후 ‘문 대통령을 대선에 재수 시키자’는 취지로 만든 ‘재수회’의 멤버로도 잘 알려져 있다. 친인척 비리가 임기 말 권력누수를 가속화한 과거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도 대통령 주변을 잘 아는 신 수석이 적임자라는 평가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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