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1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후임에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임명했다. ‘LG맨’ 출신 기업인으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포스코 경영연구소 사장을 지낸 정보통신(IT)과 실물 경제 전문가다. 김종호 민정수석 후임으로는 '재수회'(문 대통령의 대선 재수를 준비한 모임) 멤버인 신현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명했다.
흔히 ‘충복형’이 중용되는 마지막 비서실장에 최측근이 아닌 경제전문가를 임명한 것엔 문 대통령이 새해 국정 기조를 ‘경제 중심’으로 가져가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새로운 국정 과제를 시작하기보다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로도 보인다.
유 실장은 1979년 LG전자에 입사해 LG전자 최고정보책임자(CIO) LGCNS 부사장 등을 거쳤다. 2016년 1월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20대, 21대 총선에서 부산 해운대갑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취임해 2년 넘게 일했다.
과기부 장관 시절 정보통신 분야 규제개혁,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등의 핵심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5G 정책 추진 당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따기 위해 “5G 시장은 2등은 의미가 없다” “퍼스트 무버가 시장을 선점하고 만든다”며 기업들을 적극 지원한 ‘어록’이 잘 알려져 있다.
여권 관계자는 “코로나 위기 극복, 경제 성장, 혁신을 계속하겠다는 상징적 인사”라고 했다. LP 수백 장을 보유한 음악 마니아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신현수 수석의 발탁은 문 대통령이 그간 민정수석에 비(非)검찰, 비(非)법조인 출신만 기용한 것에 비춰 이례적 인사다. 비검찰 출신 민정 라인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과정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한계에서 비롯된 인사로 보인다.
신 수석은 2012년 대선 패배 후 ‘문 대통령을 대선에 재수 시키자’는 취지로 만든 ‘재수회’ 멤버다. 노영민 실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이 재수회 출신이다. 친문재인계 의원은 “신 수석은 검찰 조직에 대한 이해가 깊고 문 대통령과의 신뢰관계가 굳건한 인사”라며 “그동안 민정수석 제안을 수차례 거절했지만 임기 말 위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 밑에서 사정비서관으로 일했다. 2005년 사정비서관에서 물러난 뒤 검찰로 복귀하지 않고 변호사행을 택했다. 친정인 검찰에서의 승진 가능성이 컸던 상황이어서 ‘소신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