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이외 다른 주식을 매수 말라. 전량매도를 말라. 애플로 갈아타지 말라...'(테슬라 십계명 중 일부)
올해 초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떠돌던 이 장난스런 '십계명'을 명심했다면, 남들보다 조금 더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주가는 올해만 정확히 730% 폭등했다. 연초 1,000만원 남짓 테슬라 주식에 투자했다고 치면, 지금쯤 1억원 가까운 '거금'을 굴리는 서학개미가 돼 있었을 것이다.
올해 개인투자자는 국내주식 못지 않게 해외주식을 쓸어 담았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195억2,744만달러(21조1,800억원)에 달해 지난해(25억1,111만달러)의 약 8배다. 해외주식을 사고 판 전체 거래금액만 1,951억달러(약 211조원)로 지난해(410억달러)의 5배에 가깝다. 2020년은 그야말로 해외주식 열풍의 해였다.
수익률도 짭짤하다. 올해 국내 투자자는 테슬라(29억8,000만달러·3조2,300억원), 애플(18억7,700만달러·2조300억원), 아마존(8억5,000만달러·9,200억원), 엔비디아(6억6,600만달러·7,200억원), 마이크로소프트(4억4,800만달러·4,800억원) 순으로 해외주식을 사들였다.
테슬라(730%), 애플(82.1%), 아마존(77.8%) 엔비디아(123.5%) 마이크로소프트(40.6%) 등은 모두 올해 압도적인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대장주 삼성전자는 45.2% 뛰는데 그쳤다. 테슬라 주주들이 "테멘(테슬라와 아멘을 합친 말)"을 외치는 이유다.
해외 가운데서도 미국 주식으로의 쏠림현상은 지난해보다 심해졌다. 작년 전체 보유 해외주식의 58% 수준이던 미국 비중은 올해 80%가 됐다. 올해 해외주식 보유규모 50위 종목 가운데 미국 주식 비중은 70%(35개)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2021년에도 서학개미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재정 부양 등이 맞물리며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당분간 세계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이끌 것이란 예상에서다.
실제 최근 삼성증권이 국내 투자자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5.9%가 "내년 해외주식(선진국과 신흥국 포함)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국내주식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자(29.9%)의 1.5배 수준이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높은 제조업과 기술주 비중 등으로 올해 견고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돋보인 미국과 중국, 한국 등의 상대 우위가 2021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