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테멘"했다면 '서울버핏' 됐다? 돌아본 2020년 서학개미

입력
2020.12.31 16:00
16면
21조 순매수... 작년의 8배 
테슬라, 애플 등 기술주 위주 
"2021년에도 해외주식 늘릴 것"

'테슬라 이외 다른 주식을 매수 말라. 전량매도를 말라. 애플로 갈아타지 말라...'(테슬라 십계명 중 일부)

올해 초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떠돌던 이 장난스런 '십계명'을 명심했다면, 남들보다 조금 더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주가는 올해만 정확히 730% 폭등했다. 연초 1,000만원 남짓 테슬라 주식에 투자했다고 치면, 지금쯤 1억원 가까운 '거금'을 굴리는 서학개미가 돼 있었을 것이다.

올해만 테슬라 3조 넘게 산 서학개미

올해 개인투자자는 국내주식 못지 않게 해외주식을 쓸어 담았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195억2,744만달러(21조1,800억원)에 달해 지난해(25억1,111만달러)의 약 8배다. 해외주식을 사고 판 전체 거래금액만 1,951억달러(약 211조원)로 지난해(410억달러)의 5배에 가깝다. 2020년은 그야말로 해외주식 열풍의 해였다.

수익률도 짭짤하다. 올해 국내 투자자는 테슬라(29억8,000만달러·3조2,300억원), 애플(18억7,700만달러·2조300억원), 아마존(8억5,000만달러·9,200억원), 엔비디아(6억6,600만달러·7,200억원), 마이크로소프트(4억4,800만달러·4,800억원) 순으로 해외주식을 사들였다.

테슬라(730%), 애플(82.1%), 아마존(77.8%) 엔비디아(123.5%) 마이크로소프트(40.6%) 등은 모두 올해 압도적인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대장주 삼성전자는 45.2% 뛰는데 그쳤다. 테슬라 주주들이 "테멘(테슬라와 아멘을 합친 말)"을 외치는 이유다.

해외 가운데서도 미국 주식으로의 쏠림현상은 지난해보다 심해졌다. 작년 전체 보유 해외주식의 58% 수준이던 미국 비중은 올해 80%가 됐다. 올해 해외주식 보유규모 50위 종목 가운데 미국 주식 비중은 70%(35개)에 달한다.

"한국은 좁다"는 서학개미, 내년에도?

금융투자업계에선 2021년에도 서학개미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재정 부양 등이 맞물리며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당분간 세계 주식시장의 상승세를 이끌 것이란 예상에서다.

실제 최근 삼성증권이 국내 투자자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5.9%가 "내년 해외주식(선진국과 신흥국 포함)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국내주식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자(29.9%)의 1.5배 수준이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높은 제조업과 기술주 비중 등으로 올해 견고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돋보인 미국과 중국, 한국 등의 상대 우위가 2021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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