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고발 영화의 거장 정지영(74) 영화감독이 스태프 등의 임금을 횡령한 혐의가 경찰에서 인정돼 검찰에 송치됐다.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마포경찰서는 업무상 횡령, 사기, 보조금 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정 감독에 대해 업무상 횡령 등 일부 혐의가 성립한다는 기소 의견으로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혐의에 대해 범죄 사실이 있다고 보고 검찰에 넘겼다"고 말했다. 다만 보조금 관리법 위반 혐의는 불기소 의견으로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 감독과 '부러진 화살'의 제작사 아우라픽처스는 이 영화의 각본을 맡았던 한현근 작가에 의해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8월 고발됐다. 한 작가는 정 감독 측이 스태프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지급된 영상진흥위원회의 보조금을 스태프로부터 되돌려받는 식으로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아우라픽처스는 정 감독 아들이 대표로 있는 곳으로 사실상 가족기업이다. 한 작가는 "당시 제작사는 영진위에서 받은 인건비 보조금 4,950만원을 스태프들 통장으로 입금한 뒤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했다"며 이를 뒷받침하는 통장 내용도 공개했다. 한 작가는 2011년 당시 정 감독에게 "보조금을 이렇게 쓰면 문제가 된다"며 우려를 제기했지만 "정 감독이 '영화를 제작할 돈이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 작가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기 하루 전날 정 감독으로부터 회유와 협박성 메시지를 받았다"며 당시 정 감독과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공익제보자 "정지영 감독, 횡령 고발 전날 회유·협박했다")
한 작가는 "'부러진 화살' 각본자 명단에 당시 각본을 안 쓴 정 감독 이름도 올라와 있다"며 '크레디트 도용' 문제도 거론했다. 크레디트 도용 문제를 조사 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측은 "조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한 작가의 문제 제기가 정당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결론이 나면 바로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