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로부터 위험성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채 라임펀드에 투자한 피해자가 원금의 최대 80%를 사전 배상받을 길이 열렸다. 판매 금융사 별로 시작한 첫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손실 미확정 펀드에 40~80%'라는 배상 기준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분쟁조정 첫 대상이 된 KB증권에는 "투자액의 60~70%를 배상하라"는 권고가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개최한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결과, KB증권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고 기본배상비율을 60%로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손해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모펀드에 대한 금융사별 분쟁조정의 첫 사례다. 앞으로 우리은행 등 라임펀드를 판매한 다른 금융사에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분조위는 KB증권이 '사후정산' 방식에 가장 먼저 동의하면서 시작됐다. 원래 분조위는 펀드의 손해가 확정된 이후 시작될 수 있지만, 이 기간이 최대 5년까지 걸리기 때문에 금감원은 피해자 구제를 위해 '추정손해액(미상환액 전액)'을 중심으로 배상을 먼저 시작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추후 손해액이 확정되면 기준에 따라 추가 배상이 이루어진다.
KB증권의 경우 지난해 1~3월 중 판매한 '라임AI스타1.5Y'라는 상품이 문제가 됐다. 총 580억원 규모의 이 상품에 대해 42건의 분쟁이 접수됐고 이 중 3건의 불완전판매 사례가 안건에 올랐다.
금감원은 KB증권이 투자자 성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펀드 가입을 결정하거나, 초고위험 상품을 안전한 펀드로 설명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가볍게 여긴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KB증권 직원은 "검은 것은 글씨요, 하얀 것은 종이라는 것밖에 모르니 알아서 해 달라"고 말한 60대 주부에게 라임펀드의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았다. 투자를 꺼리는 고령의 투자자에게 재차 펀드가 안전하다며 가입을 권유했다. 가입을 위해 투자자의 투자성향을 '공격투자형'으로 조작하기도 했다.
이번 분조위 결과는 강제성이 없어 조정 신청자와 KB증권 양측이 20일 내 조정안을 수락해야 조정이 성립된다.
금감원은 이번 분조위 결과를 바탕으로 라임펀드 배상기준을 40~80%로 세웠다. 금감원은 △영업점 판매직원의 설명의무 위반과 △부당 권유 △본점 차원의 투자자 보호 소홀 책임 등을 따져 이후 조정에 응하는 금융사별로 자율조정이 이루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다른 금융사도 분조위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 중 차례로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조위는 라임펀드와 관련해 당국에서 나온 두 번째 조치다. 앞서 금감원은 올해 6월 라임자산운용의 해외투자 모펀드 중 하나인 '플루토TF-1호'를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판단해 투자자에게 투자금 전액을 돌려주라고 권고한 바 있다.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원금의 최대 98%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음에도 운용사가 수익률이나 위험성 등 주요 정보를 허위 기재했고, 판매사가 이를 그대로 설명함으로써 투자자에게 착오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이를 받아들이면서 우리은행이 650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미래에셋대우는 91억원을 반환하기로 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