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의 국방부 부장관으로 여성 ‘대(對)중국 정책통’인 캐슬린 힉스 전 국방부 정책 담당 수석 부차관이 낙점됐다. 의회가 인준하면 첫 여성 ‘펜타곤 2인자’가 배출된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지명자의 대중 경험 부족을 감안한 인사라는 평가다.
바이든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30일(현지시간) 낸 보도자료를 통해 힉스 전 부차관을 국방부 부장관에 지명한다고 밝혔다. 힉스 전 부차관이 상원의 인준을 받으면 첫 여성 국방부 부장관이 된다고 인수위는 설명했다. 첫 여성 국방장관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 대신 오스틴이 지명된 상황을 고려한 언급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는 유럽과 중동에 경험이 집중된 오스틴 지명자를 보완하려는 취지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힉스 지명자는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상하는 중국을 겨냥한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 시행에 관여한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최우선 대외 정책 현안으로 꼽는 게 중국과의 경쟁이지만 오스틴 지명자의 경우 미중 경쟁의 무대인 인도ㆍ태평양 지역을 다뤄 본 경험이 부족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오스틴의 대중 경험 부족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신호”라며 “힉스는 중국 부상 관련 기고를 자주 해 왔다”고 전했다.
주한미군의 대중 견제 역할에 대한 힉스 지명자의 인식도 분명하다. 그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고에서 “주한미군의 일방적인 감축안은 협상 테이블에서 계속 배제돼야 한다”며 그 이유를 “중국ㆍ러시아의 잠재적 군사 위협에 맞서는 우리의 이점을 축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군에 대한 민간의 감독을 강화하려는 바이든 당선인의 의지가 인사에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퇴역한 지 7년이 지나야 국방장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오스틴 지명자는 4년밖에 안 됐다. 의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군 감독 기능이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현재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 겸 국제안보프로그램 국장을 맡고 있는 힉스 지명자는 바이든 인수위에서 국방부팀 팀장 역할을 해 왔다.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에는 부통령 시절 바이든 당선인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콜린 칼이 발탁됐다. 이날 바이든 당선인은 인사 배경과 관련, “우리가 오늘날 마주하고 미래에 직면할 도전을 막는 데 필요한 폭넓은 경험과 위기로 단련된 판단력을 보유한 인사들”이라며 “세계 무대에서 책임 있는 미국의 리더십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