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명되면서, 지난 1년 간 검찰개혁을 이끌어 온 추미애 장관도 짐을 내려놓게 됐다. 지난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안을 재가 받은 뒤 스스로 사퇴 뜻을 밝혔던 그는, 결국 내보내려던 윤 총장보다 먼저 직을 떠나게 됐다.
추 장관의 지난 1년은 ‘윤 총장과의 전면전’으로 요약된다. 취임 직후 검사장급 승진ㆍ전보 인사를 앞두고 총장의 의견 청취 문제로 부딪혔고, 윤 총장 측근으로 불리던 이들을 대거 좌천성 지방 발령을 내면서 갈등을 빚었다. 윤 총장 가족 사건 등에 대해 두 차례나 수사 지휘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 명령으로 윤 총장과의 대치는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장관직 명운을 걸고 추진했던 윤 총장 징계가 결국 불발되면서 명예롭게 퇴진하려던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나 ‘정치인 추미애’가 후일을 도모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당 대표와 장관, 5선 의원을 지낸 여성은 여야를 통틀어 추 장관이 유일”이라며 “장관직에선 씁쓸하게 퇴장하지만, 중량감, 존재감이 분명한 만큼 다음을 모색할 것”이라고 봤다.
추 장관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당장 4개월 뒤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그러나 윤 총장과의 전면전에서 사실상 패배하며 적잖은 상처를 입은 만큼 당분간은 ‘잊혀지기’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금 출마는 명분도, 승산도 없어 보인다”라며 “추 장관을 향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상당히 누적된 상태여서 당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다”고 했다.
그보다는 대선 직행 승부수를 띄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추 장관은 2007년 한 차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접은 적이 있을 만큼 대권에 관심이 상당하다고 한다. 여권 차기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등에 뒤지고 있기는 하지만, 시종 윤 총장을 몰아붙이며 당 주류인 친문(친문재인) 성향 당원들의 지지를 다진 것은 그의 강점이다. 다만 공고한 ‘강성 친문’ 이미지가 본선에서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본인 의지와 상관 없이 윤 총장의 거취에 따라 ‘불려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윤 총장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맞수가 된 만큼, 윤 총장이 야권 대권주자 행보를 본격화한다면 추 장관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