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의 달링하버는 1984년부터 2010년까지 27년간의 재개발을 통해 시드니의 주요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호주 정부는 ‘시드니 속의 특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기존 시설을 최대한 보존하고, 활용하는 방식으로 항구를 개발했고, 그 결과 시드니 컨벤션센터, 국립해양박물관 등이 있는 새로운 도심으로 변했다.
정부는 최근 내년부터 2030년까지 전국 14개 항구를 '시드니의 달링하버'처럼 새롭게 만드는 ‘제3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도심 주변의 오래되거나 활용도가 떨어진 항구를 재개발해, 기존 항만 공간을 지역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만드는 게 주요 목표다.
30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정부는 2030년까지 14개 항만 내 19개 사업지역을 탈바꿈하겠다는 제3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10년간 목표하는 재개발 면적만 여의도의 7배 크기인 21.2㎢에 달하고, 예산도 6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정부는 우리 항만 공간의 활용도가 떨어지고 노후화돼, 인근 지역의 경제 활력도 떨어뜨리고 있다고 봤다. 이에 항만 공간을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바꿀 필요성이 커졌다.
더구나 최근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국내 여행 수요가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정부는 특히 도심과 인접한 수변공간을 가족과 함께 방문하는 관광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앞으로의 항만 재개발 방향을 정했다.
이번 재개발의 큰 방향은 ‘특화 개발’을 통해 활기찬 항만 도시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지정된 19개 사업 구역도 크게 △원도심 활력제고 △해양산업 육성ㆍ지원 △지역생활ㆍ문화 거점 등으로 구분했다.
해수부는 이번 개발을 통해 매년 4조4,000억원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고, 2030년까지 약 4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항만 재개발을 통해 한때 항만 배후지로 성장했다가 현재는 낙후된 '원도심'을 다시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시설로 현대화할 계획이다. 부산 북항이나 인천 내항 등은 근대 개항 이후 국제교류의 중심지로서 다양한 역할을 해 왔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오히려 항만이라는 입지 특성으로 도심 성장에 걸림돌이 됐다. 이에 정부도 항만을 도심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부산의 원도심과 인접한 부산 북항은 자갈치시장과 초량 이바구길 등 관광지와도 맞닿아 있다. 북항 재개발은 2008년부터 1단계 사업이 시작돼, 2022년이면 오페라하우스, 국제 크루즈터미널 등의 시설이 모두 들어선다.
정부는 1단계 재개발이 끝나면 북항 내 다른 부두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고 2단계 재개발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항구 자리에 도심형 리조트와 국제업무지구 등을 도입하고, 2030년 부산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는 등 해양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게 목표다.
인천항은 1800년대 말 개항해 조선의 무역거점, 일제 강점기의 수탈 창구, 산업화 시대의 수출 기지 등 우리 근현대사를 그대로 담고 있는 곳이다. 역사 시설은 물론 인근에 인천 차이나타운도 있어 관광에도 적합하다.
정부는 내년 중 사업자 선정을 완료한 뒤 인천항 1부두와 8부두 부지에 대규모 공원과 문화관광 시설을 담을 계획이다. 특히 사업구역 내 폐곡물창고를 활용해 기둥과 벽이 없는 단일공간 기준 최대 규모인 '상상플랫폼'을 구축해 청년 창업 공간으로 활용한다.
거제 고현항, 포항 구항 등도 도심과 연계한 주요 재개발 대상지로 꼽힌다. 거제 고현항은 상가와 어시장, 수변공원 등이 들어서는 해양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포항 구항은 수변카페와 주상복합시설 등이 들어서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