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란 전대미문의 위기를 경험하며 주가 대폭락과 사상 최고치 경신이란 '극과 극' 이벤트를 모두 경험했던 올해 주식시장. 30일 2,873.47이란 역대 최고가를 재차 갈아치우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2020년을 마감했다.
폭락장에서 빛을 발한 동학개미들의 거대한 투자 물결은 단연 올해 증시를 뜨겁게 빛낸 주연이었다.
이들의 무한 지지 덕분에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는 '8만전자'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코로나 장세를 기회로 도약한 배터리(2차전지) 및 비대면(언택트) 관련주들의 약진은 시가총액 순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야말로 '다사다난', '희로애락'이란 표현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는 2020년 증시를 달군 5가지 장면을 꼽아봤다.
2020년 3월은 국내 증시 역사에서 가장 두려웠던 봄으로 기억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에 달한 공포심리가 증시를 짓누른 결과, 연초 2,200선을 웃돌던 코스피는 하루 새 8% 넘게 급락하며 1,457.64(3월 19일)까지 떨어졌다.
3월 코스피에선 2001년 9.11테러 이후 19년 만에 매매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스'가 두 차례(13일, 19일)나 발동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과 수출 회복 등에 힘입은 코스피는 연중 최저치 이후 약 8개월 만인 지난달 '2,600시대'를 개척했다. 2,200~2,300선을 맴돌던 '박스피' 시대 종말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코로나19 백신 기대감과 약달러 기조에 힘입어 최근 2,800선까지 뚫은 코스피는 폐장일인 30일 2,900을 불과 26포인트 남겨둔 2,873.47로 마감했다. 올해 상승률이 31%에 달하며 주요국 증시 가운데 압도적인 오름세다.
코스피 최고치 경신의 일등 공신은 올 한해 역대 최대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한 개인 투자자다. 올해 개인의 주식 순매수액(코스피·코스닥 포함)은 64조원에 이른다. 종전 최대치인 2018년(10조9,000억원)의 약 6배에 달하는 규모다.
동학개미들은 폭락장에서 국내 주식을 패대기치고 떠난 외국인들의 빈자리를 채우며 지수를 떠받쳤다. 지난 3월 폭락장에서 개인들이 사들인 주식만 11조5,000억원에 달한다.
코스피에서 개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65.8%로 지난해(47.5%)보다 1.4배나 늘었다. 지난해 5조원에 그쳤던 하루평균 거래대금도 올해 12조2,000억원으로 2.5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야말로 '동학개미운동'을 언급하지 않고는 올해 증시를 말할 수 없을 만큼 개인들의 영향력이 빛났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장 유동성이 증가하고 주가 상승 기대감에 개인 거래 비중이 늘어난 결과 거래량과 거래대금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시가총액 상위종목 주들의 희비도 갈렸다. 코스피 시총 1위 삼성전자는 내년 반도체 업황 기대감에 전날보다 3.45% 오른 8만1,000원에 마감하며 사상 첫 '8만전자' 시대를 열었다.
이른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종목들의 약진도 눈부셨다. 지난해 시총 8위에 머물렀던 배터리 대장주 LG화학은 시총 3위로 뛰어올랐고, 지난해 18위에 그쳤던 삼성SDI 역시 2차전지 강세에 힘입어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무엇보다 올해 증시 판도를 뒤흔든 건 언택트 대장주로 떠오른 카카오였다. 올해 초만 해도 시총 20위권에 머물렀지만 코로나 비대면 시대를 맞아 몸집을 불리더니 10위권에 진입했다. 올해 5월엔 주가가 파죽지세로 오르며 코스피 전통 강자 현대차 시총을 추월해 화제가 됐다.
코스닥에선 진단키트 대장주 씨젠의 강세가 독보적이다. 지난해 시총 8,000억원으로 43위에 그쳤던 씨젠은 올해 5조원대로 몸집을 불려 무려 3위로 도약했다.
기업공개(IPO) 공모주 투자에 대규모 뭉칫돈이 몰리기도 했다. 지난 7월 SK바이오팜(31조원)을 시작으로 카카오게임즈(58조5,000억원), 빅히트엔터테인먼트(58조4,200억원) 등 상장 채비를 마친 기업들이 잇달아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첫날 공모가 2배에서 시초가를 형성해 상한가로 직행하는 이른바 '따상'을 기록하며 공모주 열풍에 불을 댕겼다. 하지만 세 기업 모두 상장 직후 기록한 고점 대비 최근 주가가 22~43%씩 하락하는 등 공모주 '거품론'이 일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직접투자 열풍에 맞물려 해외주식 투자도 크게 늘었다. 테슬라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대형 기술주들에 대한 서학개미들의 투자 열풍은 동학개미 못지않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미주 지역 해외주식 결제대금은 1,49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77억달러) 대비 무려 441%나 급증했다.
11월 말 기준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461억달러로 지난해 말(144억달러)보다 188% 증가했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주식은 미 전기차업체 테슬라다. 지난 29일 기준 테슬라 보관금액은 74억3,000만달러로 우리 돈 8조원이 넘는 규모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은 결과 올해 테슬라 주가 상승률은 약 700%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