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지진 강타 "도시 절반 사라졌다"

입력
2020.12.30 16:20
규모 6.4 강진, 세르비아·이탈리아서도 진동
1880년 이후 최대… 사상 규모 파악 어려워

29일(현지시간) 크로아티아의 중부 도시에서 규모 6.4의 지진이 발생해 최소 7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 도시 절반이 파괴되고 140년 만에 찾아온 강진일 만큼 재난의 위력은 컸다. 무너진 건물에 매몰된 주민도 많아 사상자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크로아티아 지진청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지진 진원지 강도가 8~9 정도로 추정된다. 지진이 크로아티아 전역에서 느껴져 엄청난 물질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진이 발생한 페트리냐는 수도 자그레브에서 남동쪽에 50㎞ 떨어진 도시로 진원의 깊이는 10㎞다. 크로아티아 중부 지역에선 전날에도 규모 5.2의 지진이 있었다.

다린코 덤보비치 페트리냐 시장은 지역방송 N1에 “도시 절반이 완전히 파괴됐고 사람들이 건물 잔해에 깔려 있다”면서 “차량에서 사람들을 끌어내고 있는데 죽었는지 다쳤는지 알 수 없다. 공황 상태”라고 말했다. 시장이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여진은 계속됐다.

지진 발생 두 시간 만에 페트리냐에 도착한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총리는 “12세 소녀가 사망했다는 것 말고는 아직 사상자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이곳은 안전하지 않으니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근 도시 시사크에서도 부상자가 나왔다. 크로아티아 국영방송 HRT에 따르면 현지 병원으로 부상자가 대거 이송되면서 의료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시사크 응급의료 책임자인 토미슬라프 파비야닉은 “부상자들은 주로 골절 및 뇌진탕 증상을 겪고 있고, 일부는 응급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고 전했다.

지진 현장에는 군과 산악구조대가 급파돼 생존자 및 사상자 수색을 하고 있다. 주민들을 위한 임시 거처도 마련 중이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피해 복구 비용 지원을 약속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크로아티아에 지원팀을 파견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이 1880년 자그레브 지진 이후 크로아티아에서 일어난 최대 규모 지진이라고 분석했다. 이웃나라 보스니아와 세르비아, 오스트리아 남부, 멀리 이탈리아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 슬로베니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크로아티아와 가까운 크르슈코 원자력발전소를 일시 폐쇄했다. 세르비아 지진연구소는 “앞으로도 몇 차례 지진이 더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올해 3월에도 자그레브와 인근 도시에 규모 5.5의 지진이 일어나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피해 금액만 133억유로(약 18조원)에 달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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