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도입 늦어지면 내년 경제 또 '마이너스' 성장"

입력
2020.12.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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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산세와 백신 도입 시기, 경제성장률에 영향
내년 2분기 이후 백신 도입 예상돼
시나리오 '심각'이 가장 현실성 커
내년 경제성장률,  -2.7%로 추락할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속에 백신 도입까지 지연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가 내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특히 지금처럼 연일 1,000명대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수가 나오고 백신 물량은 내년 2분기 이후에나 집단면역이 가능할 정도로 확보될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2.7%까지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0일 코로나19 확산세와 백신 도입시기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 별로 분석한 ‘코로나19 백신 도입 지연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나리오는 크게 ‘낙관’, ‘확산’, ‘심각’, ‘매우 심각’으로 나눠진다.

먼저 ‘낙관’은 내년 코로나19 확진자수가 올 4분기 수준(하루 평균 337명)을 유지하고 백신이 내년 1분기에 도입, 국내 코로나19가 2022년 3분기에 종료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럴 경우 내년 경제성장률은 3.4%로 크게 호전될 것으로 예측됐다. 두 번째인 ‘확산’은 낙관 시나리오와 동일하게 백신이 내년 1분기에 도입되지만 확진자수가 하루 평균 1,200명으로 증가, 코로나19 상황 종식이 2022년 4분기로 늦춰졌다. 이 경우 점쳐진 경제성장률은 0.0%다.

하지만 국내 백신 도입시기를 내년 1분기로 가정한 낙관과 확산 시나리오는 이미 현 시점에서 가능성이 낮다. 우리 정부는 최근 모더나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글로벌 제약회사들과 백신 도입 계약을 체결하거나 합의했는데 모더나(2,000만명분)와 화이자(1,000만명분)의 백신은 각각 내년 2분기와 3분기에 도입될 계획이고, 아스트라제네카(1,000만명분)의 경우에만 내년 1분기 도입을 목표로 협상이 진행 중이다. 특히 전날인 29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는 1,050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방침에도 1,000명대 이상으로 유지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보고서는 가장 현실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세 번째인 ‘심각’을 꼽았다. 이 단계에선 내년에 하루 평균 확진자수가 1,500명을 기록, 2분기에 백신이 도입되고 2023년 1분기에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경우다. 이 시나리오대로면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1.8% 예상)보다 대폭 악화한 -2.7%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조경엽 한경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의 백신 확보 물량이 적어 국내에서 집단면역 달성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으로선 경제성장률 -2.7%를 기록하는 시나리오를 가장 유력하게 본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매우 심각’은 최악의 경우다. 이 시나리오에선 하루 평균 확진자수가 2,500명으로 확대, 내년 2분기에 백신이 도입되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8.3%까지 추락한다. 보고서는 “코로나19 백신 도입시기가 한 분기 늦어지면 연간 GDP 손실액이 최소 53조원에서 최대 230조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백신 도입 지연은 모든 경제 주체의 경제활동을 제약하게 돼 치명적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백신 도입 지연이 우리나라 수출에 미칠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수출 상대국은 조기 접종을 통해 경제 안정화가 이뤄진다고 가정했기 때문이다”며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수입은 국내 경제 침체에 민감하게 반영하므로 코로나19의 영향이 심화할수록 부정적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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