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스턴의 한 공원에 전시돼 있던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동상이 철거됐다. 사람 때문이 아니라 동상의 형태가 문제였다. 누가 봐도 인종차별적 의미가 담긴 형상에 철거 요구가 빗발치면서 141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킨 위인의 자태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
미 언론은 29일(현지시간) 보스턴 시내 ‘보스턴 코먼’ 공원에 서 있던 링컨 동상이 제거됐다고 전했다. 이 동상은 1876년 워싱턴 링컨공원에 세워진 동상의 사본으로 3년 뒤 링컨이 서명한 노예해방 선언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 내 반(反)인종차별 열기 앞에 노예해방의 아버지 링컨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동상은 풀려난 노예가 링컨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처럼 보여 인종차별적 요소가 강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6월 워싱턴에서 동상 철거 시위를 주최한 한 남성은 당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동상을 볼 때마다) 노예제 해방과 자유의 쟁취가 오직 링컨의 자비 때문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보스턴 지역 예술가 토리 블록의 청원서에는 1만2,000명 넘게 서명하기도 했다. 결국 보스턴 예술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철거를 결정했다. 마틴 월시 보스턴 시장은 “동상이 시민과 방문객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며 철거를 결정했다. 블록은 “무력 다툼이 아닌 대화와 협의를 통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보스턴이 할 수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면서 원본이 있는 워싱턴 동상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스턴시는 2018년부터 관할 지역에 설치된 공공 예술품과 기념물이 인종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거나 다양성을 훼손하지 않는지 여부를 검토해왔다. 마틴 시장은 “의견을 수렴해 적절한 예술 작품을 전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