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꼽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박 장관은 ‘출마를 결심하지 못했다’고 말하지만, “최적의 출마 시점을 찾는 중”이라거나 “아직 선거 승리를 확신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등의 해석이 분분하다.
박 장관은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사실이냐’는 28일 본보 문의에 문자 메시지를 통해 “오보입니다”라는 답을 보내 왔다. 출마 결심이 아직 안 선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현재 장관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박 장관의 이런 의사 표시를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 분위기다. 정치인 특유의 화법이라는 것이다. 또 민주당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규칙을 정하는 선거기획단은 박 장관 측으로부터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의 출마는 기정 사실'이라는 얘기가 더욱 힘을 받는 정황이다.
민주당 여성 중진 의원은 “박 장관은 서울시장 경선에만 두 번 나왔을 정도로 의지가 분명한 인물”이라며 “출마 선언은 시간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중진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교체되는 연내 개각 대상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안다”면서 “내년 1월 중 개각 때 장관에서 물러나 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의 결심이 늦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중소벤처기업부 업무에 큰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민주당 3선 의원은 “힘이 별로 없는 중기부를 산업통상자원부와 대등한 위치까지 끌어올린 사람이 박 장관”이라며 “중기부 간부들이 최근 박 장관을 만날 때마다 ‘정말 출마하시는 거냐’고 걱정하며 물어보면 박 장관이 어쩔 줄 몰라 한다더라”고 했다.
박 장관이 현실적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려면 우선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하는데, 경쟁자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의 당내 조직력이 탄탄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 원외 인사는 “선거 비용이 못 해도 10억원은 들 텐데, 경선을 넘지 못하면 선거 비용 보전도 못 받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겹겹이 쌓인 악재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선거 승리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이 역설적으로 박 장관의 출마를 재촉할 수도 있다. 박 장관은 여권 서울시장 예비후보 중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이자 대중 인지도가 높다. 그런 박 장관이 당내 경선에 참여하기 바라는 민주당의 ‘SOS 신호’가 더욱 세지면, 박 장관도 외면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