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관련 사건을 5개월 넘게 수사해 온 경찰이 강제추행 및 방조 혐의에 관해 속 시원한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강제추행이 있었는지,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이 강제추행 피소와 관련이 있었는지 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으로 남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과 다른 차원에서 조사 중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의혹 규명 작업을 이어받게 됐다.
29일 경찰은 박 전 시장이 비서를 강제추행한 혐의는 불기소 의견(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하고,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들의 방조 의혹은 증거 부족에 따른 불기소 의견(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2차 가해자 15명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로 보내기로 했다.
경찰 스스로도 이번 수사를 두고 "사실 관계 확인에 대한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한 만큼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특히 사실 관계를 우회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사건으로 꼽혔던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조 혐의와 관련해서도, 경찰이 명확한 수사 근거를 공개하지 않아 피해자 측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휴대폰 디지털포렌식이 법원 판단에 따라 허락되지 않은 이유가 컸기는 하지만, 전담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던 초기 의지에 비해 결과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피고소인(박 전 시장)이 사망하는 바람에 공소권 없음이 명백하고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은 경찰이 피할 수 없었던 근본적인 한계로 꼽힌다. 그럼에도 최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고소 의혹과 함께 사망한 사건에서 국민적 의혹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공소권 없음과 별도로 당시 일어난 일에 대한 정확한 규명 작업이 필요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은 국가인권위원회와 검찰로 넘겨졌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은 7월 말 인권위에 강제추행 의혹 관련 직권조사를 촉구하는 요청서를 제출했고, 인권위가 8월 조사에 착수해 현재는 보고서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이날 차별시정위원회와 향후 전원위원회를 거쳐 조만간 발표 시점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 일부가 인권위 조사를 거부하는 등 강제 수사권이 없다는 점을 미뤄 볼 때, 이 역시 별 소득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선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강제추행 관련 의혹을 규명할 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 유출 혐의 관련 수사 결과는 조만간 서울북부지검이 발표하게 된다. 해당 의혹은 피해자 측이 7월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박 전 시장에게 피소 사실이 전달됐다고 주장하면서 처음 불거졌다. 청와대가 경찰로부터 박 전 시장의 피소 사실을 보고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뒤이어 피해자 측이 경찰 고소 전 검찰에 먼저 면담을 요청한 일까지 밝혀지며 경·검 양측을 향한 시민단체 등의 고발이 잇따랐다.
수사를 맡게된 북부지검은 지난달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폰 포렌식을 통해, 숨지기 전 제3자로부터 피소 사실을 전달 받은 기록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부지검 관계자는 "수사는 마무리 단계이고 발표 시점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