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직접 지원 효과 입증... 청년 기본소득 대안 될까

입력
2021.01.0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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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연금 부담 큰 2030, 복지 부족한 6070

편집자주

2030·6070세대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청년·노년을 사는 첫 세대다. 일자리·주거·복지에서 소외를 겪으면서도 ‘싸가지’와 ‘꼰대’라는 지적만 받을 뿐, 주류인 4050세대에 치여 주변부로 내밀린다. 세대간 공정을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작은 외침이다.

"이번에 재난지원금 덕에 큰 도움 받았어요. 청년들에게도 이렇게 조건 없이 지급되는 지원금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요."

경북에서 상경해 올해 대학 졸업을 앞둔 박승대(24)씨는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이다. 문제집이나 인터넷 강의 구매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고향에서 보내 주시는 용돈 외에, 스스로 생계비를 번다.

그러던 박씨에게 지난해 9월 지급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지원금은 '단비'와 같았다. 그는 "문제집을 사거나 스터디 카페를 예약하며 재난지원금을 요긴하게 사용했다"며 "이것처럼 보편적으로 주어지는 기본소득이 있다면 생계 걱정을 다소나마 덜고 자기계발에 더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층의 주거 불안과 고용 불안을 해소할 유력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기본소득은 조건 없이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지급하는 소득이다. 과거 기본소득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폄하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을 계기로 본격적 논의가 시작됐다. 경기도는 2019년부터 도내 만 24세 청년에게 연 100만원(지역화폐)을 청년기본소득으로 지급하고 있다.

청년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1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기본소득을 받은 청년의 82.7%가 이 제도에 만족하고, 65.4%가 자신의 삶에 변화가 있다고 답했다. 청년기본소득을 받은 청년(62.01점)이 그렇지 않은 청년(56.13점)보다 미래를 더 희망적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입법운동과 사회운동에 뛰어든 청년들도 있다. 용혜인(31) 기본소득당 의원과 백희원(34)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회원이 그 예다. 용 의원은 기본소득이 출발점에 선 청년들에게 실패에 대한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청년들은 내일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며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기본소득은 최소한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2년부터 기본소득 도입 운동을 펼쳐온 백씨는 자기 또래들이 주식 등 금융 투자에 뛰어드는 현상 자체가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턱없이 부족한 소득을 투자로 채워 나가려는 청년들의 욕구가 주식투자 열풍으로 반영된 만큼, 국가가 기본소득으로 청년 소득의 빈틈을 메워 줘야 한다는 뜻이다.

과거 기본소득은 대상자가 공적 지원에 안주하도록 해 오히려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직접 지원 효과가 입증되면서 이제는 유력한 정책 대안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은 "토지세나 탄소세 등으로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해, 부동산 문제나 기후위기와 같이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위험을 기성세대가 분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나라 곳간 열쇠를 쥔 기획재정부가 여전히 기본소득에 부정적이라는 점은 걸림돌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전 국민에게 주는 것보다는 어려운 계층에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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