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발(發)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는 와중에 우리 방역당국은 “어떤 경로로 와도 통제할 수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좀 더 경각심을 갖고 검역을 공격적으로 강화할 때라고 지적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0월 이후 해외입국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58명(영국발 21명 포함)에 대한 전장유전체분석(바이러스의 유전자 전체를 확인)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이 가운데 런던에 살다 지난 22일 국내로 들어온 가족 3명에게서는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고, 그 외에는 아직 변이가 검출되지 않았다.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3명의 접촉자는 모두 17명이다. 함께 비행기에 탔던 승무원 12명, 승객 5명이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이들은 현재까지 모두 음성으로 자가격리 중이며 증상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역당국은 이처럼 관리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영국발 변이가 한국에 번졌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최근에도 가라앉지 않는 확진자 증가 추세에 대해서는 “계절 요인에 따른 실내 활동 증가와 바이러스 활동력 증가, 임시선별검사소를 통한 선제적 검사 때문”이라며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지역사회에 전파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렇게 안심할 순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정부가 변이 바이러스 출현을 공식 발표한 건 이달이지만, 처음 보고된 건 지난 9월이다. 처음엔 소수였던 변이 바이러스가 가을과 겨울을 지나면서 확산된 것이다. 실제 영국이 발표한 직후에 변이 바이러스가 여러 나라에서 잇따라 확인되기도 했다. 이미 세계 곳곳에 퍼졌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해외입국자에 대한 방역이 완벽한 것도 아니다. 지난 13일 영국에서 들어온 경기 고양시의 한 시민은 뒤이어 입국한 가족이 26일 사망 후 코로나19로 확진자로 판명된 다음날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그 때는 이미 자가격리 기간이 끝난 상태였다. 여기다 권 제2부본부장도 “해외 입국자가 지인의 차량으로 자택까지 이동하면서 (지인에게) 감염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가 있었다”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왕래가 잦은 일본이나 싱가포르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걸 보면 사실상 국내에도 들어와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해외에서 꾸준히 사람들이 들어왔기 때문에 이달 확진자 증가세에 바이러스 변이가 한몫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론 결국 변이 바이러스 유입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 제2부본부장 스스로도 “변이 바이러스가 유럽부터 시작해 서서히 코로나19 유행을 전체적으로 주도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달 이전의 해외입국 확진자들에 대해서라도 기존에 시행하던 전장유전체검사를 확대 실시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공항 검역과 자가격리도 더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공항에서 격리시설까지 갈 때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격리 중 방역수칙 위반 여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