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코로나 사망자 3배 더 많았다… 통계 조작 사실로

입력
2020.12.29 13:00
러 통계청 "공식 보고보다 3배 많아"... 세계 3위 ↑

러시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사망률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누적 사망자 수가 공식 보고보다 3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세계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 통계청인 로스타트는 이날 올해 1~11월 전체 사망자 수가 전년에 비해 22만9,700명 늘었다고 밝혔다. 타티아나 골리코바 러시아 부총리는 “해당 기간 증가한 사망자의 81% 이상은 코로나19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적어도 올해 18만6,000명이 코로나19로 숨졌다는 의미다. 이는 그간 러시아가 주장해 온 코로나19 사망자 수보다 3배나 많은 규모여서 정부 스스로 사망 통계 오류를 시인한 꼴이 됐다.

최근까지 러시아 보건당국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300만명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사망자는 5만5,265명뿐이라고 밝혔다. 누적 확진자는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데, 치명률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상황을 유지한 것이다. 러시아는 열악한 의료시스템에도 1.8%밖에 안 되는 낮은 사망률 때문에 ‘코로나 미스터리’로 불리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서방 언론 등은 러시아 정부가 고의적으로 사망 수치를 조작하고 있다고 의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5월 보도 당시 러시아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공식 통계보다 70~80% 이상 많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부검 결과 코로나19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라고 최종 판정된 경우에만 공식 사망으로 인정하는 탓에 과소 추산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숨지더라도 직접 사인이 다른 지병이면 감염병 사망자로 집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올 7월 로스타트를 떠난 러시아 인구학자 알렉세이 락샤는 최근 AFP통신에 “러시아 보건부가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조작한다”고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은 “조기 진단검사로 감염자들을 초기에 치료한 데 따른 성과”라며 모든 의혹을 일축해왔다.

이번 발표로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순위도 바뀌게 됐다. 가디언은 로스타트의 새로운 사망자 통계를 적용하면 러시아의 코로나19 사망은 미국(33만3,140명) 브라질(19만1,139만명)에 이어 3번째로 많다고 설명했다. 그간 사망자 수 3위는 인도(14만8,190명ㆍ월드오미터 기준)로 러시아는 멕시코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에 이어 8위에 머물렀지만 단숨에 다섯 계단을 뛰어오른 셈이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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