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을 둘러싼 5개월 여간의 경찰 수사가 29일 마무리됐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강제추행 혐의는 피고소인(박 전 시장)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하고, 서울시 관계자들의 강제추행 묵인·방조 의혹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서울경찰청은 우종수 차장을 팀장으로 하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전담 태스크포스(TF) 수사를 마무리하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7월 17일 서울청 내 46명의 수사관으로 구성된 TF팀을 중심으로 수사를 이어왔다. 경찰이 진행한 수사 갈래는 △피해자의 박 전 시장 성추행 고소건 △박 전 시장 사망 경위(변사)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 고발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이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이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된 사건은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피의자가 사망하면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하는 사무규칙에 따른 조치다. 변사 사건도 현장감식과 참고인 조사, 업무용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타살 등 범죄 관련성이 없다고 보고 내사 종결하기로 했다. 사망 동기는 유족 측의 명예 등을 들어 밝히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들의 강제추행 방조 의혹 수사 역시 증거 확보가 안 돼 불기소 의견(혐의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된다. 해당 사건은 당초 공소권 없음 처리가 예상된 강제추행 본건의 진상을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는 단초로 꼽혔다. 이에 경찰은 서울시 전·현직 직원 등 참고인 26명과 피고발인 5명을 조사했다. 피고발인들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피해자와의 대질 조사까지 한 차례 진행했지만, 양측 진술이 첨예하게 엇갈렸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혐의 입증을 위해 경찰은 지난 7월부터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폰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하지만 법원이 두 차례에 걸쳐 "(피고발인 혐의와) 압수할 물건과의 관련성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인이 불가했다. 경찰은 이달 17일 유족 측과 협의 하에 박 전 시장이 사망 직전 주고받은 카카오톡·문자메시지 등 사망 경위를 밝히는 데 필요한 데이터만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물적 증거를 포함해 피의자 자백, 참고인 진술 등이 충분하지 않았다"며 "사실 관계 확인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관련해선 24명을 입건해 이중 15명을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및 성폭력처벌법(비밀 준수 등) 위반 등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피해자에 대해 악성댓글을 작성하고 피해자 고소 문건을 유포했으며, 제3자 사진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온라인에 피해자의 실명을 공개한 혐의와 관련해 추가로 고소장을 접수 받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