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수사권 조정) 시행을 앞두고 검찰과 경찰이 막바지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25일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가장 먼저 보고 받은 사안이 수사권조정 관련 진행 상황이었다. 검·경 모두 세부 지침이 일선에 전달돼 큰 혼란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구체적 수사 규칙에 관한 각 기관 간의 조율과 통제장치 마련이 미흡해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이달 초 일선청에 개정 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에 따른 사건 처리 지침을 내려 보냈다. 대검 내 각 과와 일선 청 의견 등을 받아 일부 지침을 수정하는 등 보완 작업도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은 애초 전국 청을 돌며 해당 지침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려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교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지난달 법무연수원에서 중간 간부인 차장ㆍ부장검사들을 대상으로 수사권 조정 설명을 마쳤고, 검사들이 요청하면 관련 자료를 보내거나 질문에 응하는 식으로 소통에 나서고 있다.
사건 행정 처리 시스템인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도 내년 1월 1일부터 새 법이 적용된 버전으로 구동되도록 준비한 상태다. 일각에선 바뀐 법을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대검은 혼란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1월 1일 이전에 검찰ㆍ경찰이 각각 수사하던 사건은 새로운 법 적용과 관계없이 그대로 해당 기관에서 수사하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사 관련 규칙과 관련한 조율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28일까지 입법예고한 '검찰사건사무규칙' 전부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검찰사건사무규칙은 검찰이 사건을 처리하는 실무 가이드라인 격인데, 대검이 소관 부처인 법무부에 공식 의견을 보냈지만 현재까지 의견 반영 여부가 대검에 통보되지 않았다. 대검은 해당 규칙이 상위법인 형사소송법과 맞지 않는 내용이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경찰수사규칙 제정안을 두고도 대검이 행정안전부에 상위법에 어긋나는 내용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보냈지만, 이에 대한 답변도 아직 듣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관계자는 "개정된 법이 적용되는 날에 맞춰 세부 절차나 기준도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 이런 부분이 조율이 안됐다는 점이 답답하다"며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조율이 된다 하더라도 촉박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 역시 전체적 업무 체계 정비가 마무리됐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KICS에 신규 수사절차와 서식을 반영한 것은 물론, 전 수사관을 대상으로 화상교육 등을 진행 중이다. 특히 새로운 수사 절차에 대해 현장 수사관이 실시간으로 질의하고 답변을 받을 수 있도록 오는 30일부터 수사실무 상담·지원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경찰청이 보이는 자신감에 비해 일선에선 적잖은 불안감이 감돈다. 먼저 수사 컨트롤타워 격인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수장조차 아직 정해지지 않은 점이 문제로 꼽힌다. 치안정감 급으로 임용될 국수본부장은 전국의 수사사무를 지휘·감독하는데, 시행 첫날인 1월 1일을 나흘 앞둔 이날까지도 하마평이 나오지 않고 있다. 본부장은 경찰 내·외부에서 모두 임용 가능해, 공개모집 절차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공석이 불가피하다.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통제장치도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많다. 경찰은 이의신청 절차 등을 통해 사건관계자와 검사가 경찰 수사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경찰 안팎의 이야기다. 특히 최근 논란이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 사건처럼, 적용 법률과 사건관계인 간 합의 등을 두고 잡음이 생길 경우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중요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지도 않은 채 경찰 단계에서 무마(암장)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장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절차를 보완하고 있다"며 "내·외부 통제장치를 마련해 경찰 종결사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