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8일 국회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단독으로 채택했다. 변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면 문재인 정부 들어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26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여당이 21대 국회 이전,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수(23명)만 따져도 이명박 정부(17명)와 박근혜 정부(10명)보다 높은 숫자다.
변 후보자에 앞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거나, 여당의 지원만으로 임명된 장관급 대부분은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영무(국방부) 김연철(통일부) 조국(법무부) 전 장관처럼 자리에서 물러난 사례도 있다.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여야 정쟁의 영향으로 파행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같은 장관 자리라도 대상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리고 언제냐에 따라 야당이 동의를 해주느냐 마느냐가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내각이 크게 교체될 때마다 인사청문회는 인사검증이라는 본 목적보다는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됐다. 집권당은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절차만 밟으면 임명에 무리가 없는 점을 이용해 임명을 강행했고, 야당은 정치적 항의라는 의미를 담아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조각 때는 강경화 외교부·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당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낙마했다. 2018년 10월 개각 때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됐지만 그대로 임명됐다.
2019년 4월과 9월 청문회를 둘러싼 정쟁은 '조국 정쟁'이라고 할 만하다. 4월에는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지만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당시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인사 검증을 담당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해 '인사검증 부실'이라며 공세를 폈다.
그해 9월은 조국 자신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며 인사검증 대상이 됐다. 한국당은 조국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장관급 인사 7명 중 6명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이 여파로 최기영 과기정통부·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조성욱 공정위원장, 한상혁 방통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됐다.
특히 윤석열 검찰총장도 2019년 7월 당시에는 야당의 동의를 받지 못해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 된 채 총장에 임명된 사례다.
21대 국회 들어서는 여당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대부분 장악하면서 '청문보고서 채택 무산'이 '여당 단독 채택'으로 바뀌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여당의 지원 속에 인사 검증을 통과했다.
비록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공세에 시달렸다 하더라도, 정부·여당에 의해 '일방 임명'된 장관급 공직자 대부분은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장수 장관 중 하나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비롯해 양승동 한국방송공사(KBS) 사장과 이석태·이은애·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이 재임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의원 출신인 유은혜 부총리와 박영선 장관도 청문회만 험난했을 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방 임명'된 25인 가운데 현재 자리를 바꾼 인물은 총 6명이다. 여기에 아직 현직이지만 사의를 표명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후임과 교체가 확정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까지 포함한다면 8명이 된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2019년 6월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2019년 4월 박영선 현 장관으로 교체됐는데, 올해 9월 혁신경제 구상을 담은 'K-이노베이션'이라는 책을 내고 강연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언론학자 출신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임기 만료 1년여 전인 2019년 7월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는데, 당시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과 가짜뉴스 대응 등을 놓고 청와대와 엇박자가 났다는 '외압설'이 나왔다. 현재 그는 아시아투데이 주필을 맡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2018년 3월 기무사가 계엄령 시행을 검토한 문건을 보고받고도 6월에야 늑장 보고했다는 이유로 그 해 8월에 교체됐다. 이후 여당의 외교안보 자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교수 출신인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조국 법무부 장관은 본직으로 돌아갔다. 김연철 전 장관은 올해 6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대남 공세를 이어 가자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현 정부가 검찰 개혁을 위해 의욕적으로 임명했으나 '가족비리 수사' 대상이 되면서 취임 35일 만에 전격 사임했다. 서울대에서는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선 조 전 장관의 복직을 두고 반발 여론이 일었다.